노르웨이에서 활동 중인 재즈 기타리스트 비달 산체의 신보. 산체는 프리랜서 뮤지션이면서 동시에 개인적인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그는 현재 거주 중인 스타방에르의 로컬 밴드이자 Alexander von Schlippenbach, Evan Parker, Django Bates 등과 작업하며 진보적인 음악을 선보인 Kitchen Orchestra의 멤버로 10년 이상 기타리스트로 참여하고 있다. 기타-드럼-색소폰으로 구성된 EGG3 트리오 역시 그의 대표적인 활동이다. 또 하나 산체를 대표하는 프로젝트는 The Norwegians로, 목가적이고 평온할 것 같은 그룹 이름과 달리 데이비드 린치의 Twin Peaks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새로운 Awakening 프로젝트의 출발을 알리는 이번 앨범은 EGG3 및 더 노르웨이언스와 연관이 깊다. Arild Hoem (sax), Ståle Birkeland (perc) 등 EGG3의 멤버들이 고스란히 참여하고 있으며, 재즈와 록의 요소를 결합한 다크 재즈 스타일의 더 노르웨이언스의 분위기도 무관하지 않다. 사실상 EGG3에서 선보인 음악에 대한 영화적 접근에 기반을 둔 진행은 트윈 픽스라는 계기를 만나 내러티브적 구성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그 결과 더 노르웨이언스로 이어지게 된다. 이와 같은 음악적 확장을 임프로바이징의 공간 속에서 구체화할 음악적 동기가 이번 앨범으로 보인다. EGG3 외에도 Dag Sindre Vagle (voc), Eva Haugen Bjerga (voc), Nils Økland (violin), John Lilja (b) 등이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는 록과 민속 음악의 요소들을 재즈의 즉흥 공간에 융합시켜 볼드하면서도 다크한 스타일을 완성하고 있다. 개별 곡들은 개방된 임프로바이징의 계기와 음악적 시퀀스를 암시하는 일련의 모티브들과 이어지는 진행 방식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흐름은 마치 하나의 내러티브적인 긴장과 이완의 완급을 이어가고 있는 것처럼 드러나기도 한다. 앨범 전체는 트윈 픽스를 직접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은연중에 특수요원 데일 쿠퍼를 끊임없이 소환한다. 미스터리한 사건과 마주한 쿠퍼가 이야기했듯이 멋지면서 기이한 곳으로 우리를 인도는 앨범이다.
2018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