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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Vilde&Inga – Makrofauna (ECM, 2014)

바이올리니스트 Vilde Sandve Alnæs와 베이스주자 Inga Margrete Aas 듀엣의 ECM 데뷔 앨범. 함께 노르웨이 음악원에서 클래식을 공부한 두 젊은 뮤지션들이 선보인 음악은 프리 임프로바이징을 극단화한 매우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다. 서로 다른 음역대의 두 현악기로 구성할 수 있는 듀엣 임프로바이징의 영역은, 이미 편성의 형식에서 그 음악적 내용이 제한될 여지가 많다. 이와 같은 협소한 표현의 공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각자의 역할을 기능적으로 이해하고, 사전에 합의된 역할에 자신을 가두는 방식으로 듀엣의 음악을 완성한다. 때문에 다른 여느 임프로바이징 음악들과 달리 인터액티브한 모습은 많이 생략되어 있다. 한 사람이 공간의 배경을 만들면 다른 사람은 그 안에서 솔로 임프로바이징으로 사운드 이미징을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음악이 진행되며, 하나의 곡 안에서 그러한 둘 사이의 역할이 바뀌는 경우도 드물다. 하지만 임프로바이징 그 자체가 음악이나 곡의 성격을 단정하지는 않는 특징을 보여주기도 한다. 때로는 드론 사운드를 연상시키는 보우잉이 몽한적 형상을 만들기도 하며, 트립합의 반복적인 다운비트 템포를 상기키는 스페이징도 등장하는 등, 어쩌면 이들에게 곡의 공간을 우선에 둔 듯한 느낌을 종종 들게 한다. 때문에 쉽게 접점을 찾기 힘든 다소 난해한 즉흥성이 보여지는 이면에는 엑스페리멘탈 계열의 앰비언트 음악에서 접할 수 있는 감흥을 받기도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어쿠스틱 사운드에 의존해 이루어졌다는 것은 흥미로운 점이다.

2014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