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코디언/클라리넷/키보드 연주자 Vincent Peirani의 트리오 앨범. 지금까지 벵상의 대표작들은 주로 듀오 혹은 퀸텟 형식이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트리오의 공간을 활용한 새로운 접근을 선보이고 있다. 트리오는 뱅상을 비롯해 파리에 거주 중인 이탈리아 기타리스트 Federico Casagrande와 뉴욕에서 활동 중인 이스라엘 드러머 Ziv Ravitz가 참여하고 있어,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 양식과는 다른 파격을 선보일 것임을 예상하게 된다. 하지만 그 내용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범위를 훨씬 넘어선 신선함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은 미리 이야기하고 싶다. ‘오징어 게임’의 기호를 커버에 그려놓고 ‘조커’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어, 이번 앨범이 다수의 상징적 요소들에 의해 구성되었음을 짐작하게 된다. 아코디언으로 대표되는 민속적인 텍스처와 더불어 록과 일렉트로닉을 결합한 독특한 양식의 퓨전이 전개되는데, 이는 단순히 요소적인 결합을 통한 합성이 아닌, 장르적 전위까지 염두에 둔 과감함을 바탕에 두고 이루어진 작업이다. 실제로 이들은 2010년대 말, 우연한 기회에 함께 무대에 선 경험과 이후에 이어진 여러 차례의 콘서트를 거치면서 트리오의 언어와 표현을 구체화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과감한 사운드에 대한 선택은 현재의 앨범에 상당 부분 반영되었음을 짐작하게 된다. 이들은 공연과는 다른 스튜디오에 적합한 튜닝을 이용했다고 하지만, 녹음은 마치 라이브의 현장감을 반영한 듯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아코디언 특유의 사운드와 더불어 어쿠스틱 악기에 일렉트로닉의 효과를 더해 완성한 다양한 톤 튜닝은 트리오의 공간 속에서 무수한 음악적 분화를 가능하게 하는데, “Copy of A”와 같이 일렉트로닉과 그 효과가 전면에 드러나는 곡에서부터, “Les Larmes de Syr (Single Edit)”처럼 애잔한 서정을 담은 멜로디가 감동을 전하는 연주에 이르기까지, 앨범에는 폭넓은 스펙트럼이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는 Marilyn Manson의 “This Is the New Shit”을 비롯해 Bishop Briggs의 “River”를 커버한 트랙도 포함되어 있으며, 그 외에도 낭만적 서사와 실험적 구성을 오가는 다양한 연주를 통해 트리오의 유연한 양식적 대응을 엿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문화적 환경과 배경까지 유추할 수 있는 멤버들 각자의 고유한 사운드가 부각되면서도, 상대의 연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긴밀한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어, 말 그대로 놀라운 융합을 완성하고 있다. 다면화된 양식적인 표출에도 불구하고 재즈 특유의 인터랙티브 한 긴장을 품고 있어, 듣는 동안 단 한순간도 집중을 놓지 못하게 하는 앨범이다.
2022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