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러스 고스트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활동 중인 Christian Banks와 스위스 출신 재즈 기타리스트 막스 프랑클의 컬래버레이션 앨범. 유러피언 특유의 감성적 측면이 두드러지긴 했지만 2000년대 중반 데뷔 이후 지금까지 비교적 재즈의 정통적 어법에 근거한 연주를 들려줬던 프랑클이, 일렉트로닉을 근저에 깔고 작업하는 뱅크스와 함께 작업했다는 사실 자체가 다소 의외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둘 다 기타를 연주한다는 공통분모 외에도 뱅크스가 구성하는 일렉트로닉의 앰비언스가 개방적인 형상을 취하고 있어 예상외의 케미스트리를 완성하고 있다. 뱅크스의 데뷔 앨범인 Uplifting Themes For the Naysayer (2014) 발매 전후로 뉴욕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이후 각자의 나라에서 음악과 관련한 아이디어들을 교류하기 시작했는데, 이번 앨범은 그 지난 시간의 결과물인 셈이다. 뱅크스의 처지에서 보면 이번 앨범은 자신의 데뷔 앨범과 일정한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프랑클에게 있어서는 기존 자신의 음악 사이에 일종의 단절이 느껴지기도 한다. 형식적으로는 뱅크스의 공간에 프랑클이 수렴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프랑클의 입장에서는 전자 음향이 제공하는 사운드 스케이프에 자신의 새로운 음악적 표현을 확장할 구체적 방법론으로 뱅크스의 공간 개방을 유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 외견상으로 드러나는 음악적 형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두 뮤지션의 협업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앨범을 본다면 사운드나 구성에서 드러나는 일체감은 상상 이상으로 뛰어나다. 서로 미묘하게 상이한 톤을 지닌 두 개의 기타가 등장하지만, 이 둘은 마치 하나의 레이어 위에서 서로를 끌어당기듯 견인하며 깊은 상상력을 유도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전자 음향으로 만들어진 안개와 같은 배경 속에서 차분한 톤의 록적인 앰비언스를 더하며 진행되는 묘사는 다분히 비현실의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앞으로 뱅크스와 프랑클이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단순한 일회적 프로젝트로 끝낸다면 지난 협의의 시간이 무척 아쉬울 것이다.


2018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