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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Wandering Monster - Zenna (Ubuntu, 2023)

 

영국 베이스 연주자 겸 작곡가 Sam Quintana가 이끄는 재즈 퀸텟 Wandering Monster의 앨범.

 

샘은 2010년대 중반 대학 재즈 과정을 졸업한 이후 영국 재즈 씬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뮤지션 중 한 명이다. 세션으로도 수요가 많아 재즈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유명 뮤지션들과의 라이브 및 녹음 작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자신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여러 차례의 투어와 다수의 해외 공연을 펼친 것으로 전해지며, 작곡에서도 뛰어난 감각적인 재능을 보여주기도 한다.

 

WM은 색소폰 Ben Powling, 기타 Calvin Travers, 피아노/키보드 Aleks Podraza, 드럼 Tom Higham 등이 Wandering Monster (2019)의 녹음을 계기로 결성했으며, 현재는 건반의 자리를 Richard Harrold이 대신하고 있다. 대부분 비슷한 시기에 활동을 시작한 젊은 뮤지션들인 만큼 예민하면서도 역동적인 시너지를 완성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재즈의 화성에 기반하면서도 이를 현대적인 접근을 통해 자신들의 음색으로 재현하는 음악적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앨범에 수록하고 있는 6개의 트랙 중 4개는 샘의 오리지널이며 Jaco Pastorius와 Don Alias의 “Okonkole Y Trompa”를 비롯해 Randy Newman의 “Cowboy”를 자신들의 감각으로 재해석하기도 한다. 샘의 오리지널은 개인적인 내면의 다양한 감정을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이를 WM의 음악적 표현으로 풀어가는 방식은, 섬세한 기복과 안정적인 흐름을 우위에 둔, 작곡의 의도에 충실한 재현을 특징으로 한다. 기본 녹음 외에 프로듀싱을 통해 곡의 느낌을 극적으로 완성하기도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대부분 현장의 연주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효과 또한 오버 더빙이나 더블링과 같이 실제 리코딩의 결과를 통해 담아내고 있다. 이를 통해 곡의 세부적 표현을 구체화하며 테마를 통해 담고자 했던 내용의 세밀함을 완성하고 있어, 그 흐름은 깊이 있는 음악적 내러티브를 보여주기도 한다.

 

작곡과 편곡의 의도에 따른 구성의 우위를 보여주고 있지만, 개별 공간에서의 자율성의 개입 또한 그 흐름 속에서 유연하게 개방하고 있다. 임프로바이징이 작곡의 일부처럼 느껴질 만큼 곡의 구성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어, 이 또한 하나의 구조화된 양식 안에서 이루어지는 표현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이와 같은 즉흥이 곡의 전개에서 중요한 모티브로 자주 활용하고 있으며, 때로는 그 과정을 이어가며 테마와는 전혀 다른 결과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면, 생각만큼 그 비중이 상대화된 것은 결코 아님을 알 수 있다. 어쩌면 구조 자체가 이와 같은 자율적 표현을 담아낼 만큼 유연함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며, 실제 그 안에서 다양한 인터랙티브한 연관 속에서 이루어지는 연주의 합은, 전체 공간에 보다 풍부한 뉘앙스와 텐션을 더하며 곡의 캐릭터를 완성하기도 한다. 때로는 정교한 인과적 합의에 기반한 섬세한 자율성을 보여주는가 하면, 집합적인 과감함을 담아낸 매시브한 총합을 보여주기도 하여, 구성원들 사이의 음악적 내밀함과 유연함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다.

 

테마가 전하는 강렬한 이미지만큼이나 그 전개 속에서 창의적 합의를 통해 완성하는 분위기 또한 역동적이면서도, 상호 간의 인과적 개입에 의해 흐름의 변화를 포착하는 섬세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현대적인 감각 이면에는 전통에 대한 깊은 이해가 존재하며, 간헐적으로 드러나는 이와 같은 고전적인 표현은, 음악을 더욱 풍부하고 깊이 있게 완성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현재로도 이미 충분하지만, 앞으로도 더 기대하게 되는 인적 조합이다.

 

 

2023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