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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Warmth - The Darkest Place (Archives, 2021)

Warmth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스페인 전자음악가 Agustín Mena의 앨범. Archives 레이블을 앰비언트와 일렉트로닉 계열의 주요 플랫폼으로 성장시킨 프로듀서이자 경영자이기도 하다. 아구스틴의 음악이 다루는 소재가 개인적 서정에 관한 것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하나의 앨범은 어느 특정 시점 혹은 상황에서의 개인감정과 깊은 연관을 지닌다. 그의 나이 40세에 들어선 해에 전 지구적인 전염병 사태를 겪으면서, 자신이 경험한 불확실성과 혼란을 이번 앨범의 타이틀로 반영하고 있다. 비록 앨범은 현실의 어둠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온기'라는 그의 활동명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듯이 아구스틴은 특유의 사운드 텍스쳐를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정서적 온기를 공유하고자 노력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음악을 통해 표현하는 온도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온화함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유사한 패턴의 엔벌로프로 전개되는 사운드의 톤은 무겁고 때로는 차가운 인상마저 준다. 여기에 공기의 흐름이나 주변의 정황을 묘사한 듯한 불안정한 지터 노이즈나 이펙트 등을 개입시켜 디테일을 이룬다. 이는 마치 자신의 정서와 경험을 대상화하고 이를 스스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역설적인 점은 이러한 멜랑콜리가 우리가 동질의 연민을 자연스럽게 끌어낸다는 점이다. 늘 그렇듯 그의 음악은 온화하고 밝은 소리를 직접 드러내지 않고서도 그 정서를 온전히 전하고 있어 더욱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이 앨범 전후로 발매된 No Stars Tonight (2020)과 The Infinite (2021) 등 두 EP도 이번 작업과 연관해 함께 들으면 좋을 듯하다.

 

2021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