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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We Are All Astronauts - The Machines (669001 Records, 2017)


미국에서 활동 중인 영국인 뮤지션 David Ridley의 프로젝트 그룹 WAAA의 신보. MIT 출신의 과학자라는 리들리의 본업 때문인지 그룹의 이름에서부터 그의 음악적 테마가 전해주는 독특한 분위기는 다분히 복합적이다. 일렉트로닉, 테크노, 앰비언트, 칠 웨이브 등의 다양한 장르적 특징들이 혼용되었지만 나름의 명료한 음악적 메시지를 담으려고 노력했던 흔적들도 쉽게 발견된다. 물론 이러한 특징들은 초기에도 엿볼 수 있지만 듀엣 활동을 정리하고 리들리 혼자 WAAA를 이끌게 되면서 더욱 뚜렷해진 경향이 있다. 앰비언트적인 사운드 스케이프를 넓게 활용하고 전자 악기 특유의 직설적인 표현들을 인간의 체온에 맞춰 가다듬으며 이야기의 진행보다는 묘사적인 모티브들을 이어가는 특징들을 보여준다. 35분 분량의 이번 앨범은 최근 WAAA의 이러한 경향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비장하면서도 드라마틱한 사운드 연출이 인상적이다. 분위기 자체는 근엄하고 극적이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스토리텔링의 구조를 갖고 있지는 않다. 다만 개별적인 모티브들이 하나의 곡 안에서, 앨범 전체 속에서 일련의 연관성을 형성하며 명료한 주제의식을 드러내어 마치 하나의 이야기를 들은 듯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마치 OST를 들으면 영화 속 장면이 연상되는 것처럼, 우리의 선엄적 기억에 의존하여, 상징적 이미지의 특징을 강하게 드러내는 사운드와 모티브를 활용하여 듣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게 만드는 효과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앨범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비장한 분위기는 앨범 타이틀 The Machines와 결합하여 묵시적인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내게 된다. 1982년에 개봉한 영화 "Blade Runner"에서 제기한 2016년에 대한 질문에 아직 답하지 못한 채 다시 그 대답을 2049년으로 유보했지만, 근원적인 질문 그 자체는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WAAA의 이번 앨범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 그리고 음악인으로서 리들리 자신의 진솔한 의견을 담아내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2017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