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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We Stood Like Kings - USA 1982 (Kapitän Platte, 2017)


벨기에 출신의 4인조 포스트-록 그룹 WSLK의 세 번째 앨범이자 신보. 이미 하나의 유형화된 스타일로 고착된 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을 받게 하는 포스트-록이라는 음악적 경향성 안에서도 WSLK는 자신들 만의 고유한 음악적 유니크함이 돋보인다. 특히 피아노의 역할을 능동적으로 활용하고 그 비중 또한 중심적이기 때문에 음악적 스타일이나 사운드의 질감 면에서 다른 그룹들과의 확연한 차이점을 부각하고 있다. 듣기에 따라서는 70-80년대의 프로그레시브 음악의 다양한 느낌들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본인들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어느 정도 의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미지 중심의 사운드 스케이프 대신 피아노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음악적 내러티브를 강조하는 드라마틱한 진행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WSLK의 음악적 특징 이면에는 이들이 앨범을 구성하는 독특한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 지금까지 발표한 Berlin 1927 (2014)과 USSR 1926 (2015)는 각각 무성 영화 "Die Sinfonie der Großstadt" (감독 Walther Ruttmann)와 "A Sixth Part of the World" (Dziga Vertov)의 시각적 이미지를 음악적으로 형상화한 작업들이다. 이번 앨범 또한 1982년에 발표된 미국 영화 "Koyaanisqatsi" (Godfrey Reggio)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영화에 어떠한 대사 한 마디 등장하지는 않지만 전작들과는 달리 무성시대의 영화도 아니고 Philip Glass의 원곡이 오리지널 스코어로 삽입되긴 했지만 이번 앨범을 제작하는데 있에 이들이 취한 음악적 전략은 예전과 동일하다. 실제로 이들은 본인들의 작업을 라이브 혹은 뉴 사운드트랙이라고 이름 붙이고 있으며, 곡의 구성 역시 영화의 진행과 일정한 유기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 어느 정도는 의도된 듯한 느낌을 주는 다소 터프한 사운드의 텍스처는 비장한 듯 한 곡의 구성이나 진행과 맞물려 보다 더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기도 한다. 본인들 스스로 밝혔듯이 Chopin과 Pink Floyd와 Explosions In The Sky가 만나 음악을 만든다면 가장 가능성 있는 것이 WSLK가 아닐까 싶다.


2017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