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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Weird Beard - Orientation (Intakt, 2018)


스위스 출신의 재즈 색소폰 및 클라리넷 연주자 Florian Egli의 쿼텟 위드 비어드 신보. 음악과 친숙한 집안에서 자란 플로리안은 이미 10대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학 졸업 이후 Swiss Jazz Orchestra와 Lucerne Jazz Orchestra을 거쳐 본격적인 솔로 활동을 선보이는데 Florian Egli's The Murder of Amus Ames의 이름으로 Unit 레이블에서 발매된 Murderish Good Music (2010)이 그 시작이다. 지금까지 플로리안은 한 개의 트리오와 두 개의 쿼텟 활동을 병행하는데 The Jazz Trio라는 색소폰 트리오를 비롯해 피아노 쿼텟 Jenny와 더불어 기타가 포함된 4인조 WB가 그것이다. WB는 결성 직후 Away (2012)를 발표하고 Intakt로 옮겨 베이스 주자 Valentin Dietrich 대신 ‎Martina Berther를 참여시켜 Everything Moves (2016)를 발매한다. 이번 앨범은 전작과 동일한 멤버로 Dave Gisler (g)와 Rico Baumann (ds)가 참여하고 있다. 확실히 전작에 이어 이번 앨범을 거치면서 쿼텟의 음악적 지향점은 보다 분명해진 느낌이다. 각기 다른 공간에서 자신만의 색을 유지하지만 이들이 만드는 공통의 합은 그 자체로 유니크하며 자신들만의 미학적 인식을 반영하는 듯하다. 인터플레이보다는 각기 다른 독립된 레이어들을 하나로 합쳤을 때의 의외성이 이들의 음악에는 항상 존재한다. 음유하는 듯한 색소폰과 공기를 흡입한 듯한 기타 톤의 묘한 어울림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테이지에 공간감을 부여하는 베이스는 물론 끊임없는 텐션을 자극하는 드럼 역시 이들 쿼텟만의 특별함을 구성하는 요소이기도하다. 상호 긴장적인 요소들이 만드는 하나의 단일한 조합은 의외로 서정적이고 시적이며 음악 자체로는 내밀함의 높은 밀도감을 간직하고 있다. 쿼텟이라는 전통적인 포맷에 컨템퍼러리 계열의 언어에서 흔히 사용하는 일상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표현을 통해 드러난 그 결과에 있어서는 재즈를 넘어선 그 무엇을 연상하게 되는 점 역시 WB 쿼텟의 독특한 매력일 것이다. 앨범의 타이틀이 암시하듯 자신들의 지향점을 분명하게 드러낸 앨범임은 분명하다.


2018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