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드러머 Nils Are Drønen이 이끄는 Whatever Happens Don't Be Yourself! 밴드의 두 번째 앨범. 전작 Whatever Happens Don't Be Yourself! (2016)에서 보여준 분방 하면서도 창의적인 집단적 합의는 이번 작업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이번 녹음에는 색소폰 Aksel Røed, 피아노 Isach Skeidsvoll, 노이즈 Lasse Marhaug, 퍼커션 Snorre Bjerck, 보컬 Nelly Moar, 베이스 Nils Henrik Sagvåg, 기타 Mads Berven, 트럼펫 Audun Waage 등, 인적 구성에서도 신구의 고른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들 밴드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과거 Charlie Haden이 이끌었던 Liberation Music Orchestra가 떠올랐는데, 어쩌면 인류애에 대한 음악적 메시지와 더불어 프리 임프로바이징의 공간을 확장한 구성이 자연스럽게 두 그룹을 연관 짓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앨범의 커버 사진도 크게 한몫하는데 LLO의 1969년 앨범을 오마주 한 것으로 짐작되는 진지한(?) 사진은 둘의 관련성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물론 LMO와는 달리 이들에게 정치적 명분은 직접적인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집단적 창의를 우위에 두고 자율적 표현의 가능성을 개방한 수용적 자세는 상당 부분 닮았다. 관악 사운드가 전면에 부각되면서도 그 빈틈을 나머지 악기들이 촘촘하게 채우는데, 그 방식은 마치 각자의 자율성에 의지한 듯한 접근을 보여 전체적인 사운드는 무척 저돌적이고 전투적이다. 물론 개별 악기들의 솔로에도 적극적인 개입을 펼치는가 하면, 궁극에는 이 모든 과정에서 집단적 즉흥을 통해 해소하는 신명을 보여주기도 한다. 때문에 어느 파트 하나라도 빠진다면 지금과 같은 흥겨움은 절대 기대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개별 악기의 음향 또한 독특한데, 특히 피아노의 경우 인트로나 테마에서의 정돈된 톤과는 달리 즉흥의 공간에서는 조율이 덜 될 듯한 날 것의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고, 노이즈 이펙트는 매스 임프로바이제이션의 공간에서 좌우를 오가는 패닝을 통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집단 연주의 극적 분위기를 묘사하는 듯하다. "Things To Come"과 같은 오디너리 한 곡은 에너지를 축적하며 한숨 쉬어가는 듯하며, "Let Me In"는 앨범의 전체 분위기에서는 이례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보컬을 통해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넘치는 에너지를 통해 위로를 전하는 흥겹고 사랑스러운 작업이다.
2021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