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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Oceans - Inmost Dens Of Emilie (PostYouth, 2017)


중국 마카오에서 활동 중인 포스트-록 그룹 와이오션스의 두 번째 앨범. 2005년에 결성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음반을 통해 이들의 음악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은 At Land (2011) 이후 처음이다. 6년이라는 시간의 간격 사이에는 의외로 많은 변화들이 감지된다. 두 대의 기타, 베이스, 드럼에 키보드가 포함된 5인조 구성은 동일하지만 소소한 멤버의 교체를 거치면서 음악적인 내용은 물론 사운드 퀄리티 그 자체에서도 예전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전작의 어둠고 무거운 에소테릭한 분위기에 정돈되지 않은 지나친 사운드의 앰비언스가 그룹이 지니고 있는 음악적 진지함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던 아쉬움이 지배적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전혀 다른 그룹이라고 해도 될 만큼 많은 변화가 느껴진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명료하고 균형 잡힌 사운드에 있다. Cult of Luna의 기타리스트이자 음반 제작자인 Magnus Lindberg가 마스터링을 담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사운드의 공간적 여백을 억지로 채우거나 의도적으로 제거하지 않고 마치 있어야 할 곳에 존재하는 음악의 일부처럼 인식하는 듯 하다. 자연스러운 잔향 처리와 안정된 공간감이 제공하는 명료한 사운드는 이들의 음악을 한층 더 진지하게 만드는 요소임은 분명하다. 통상의 다른 포스트-록 그룹들의 경우 키보드가 없거나 그 위상이 상대적인 것에 비해 와이오션스에서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배경음을 깔고 분위기를 만드는 단순한 역할에서 벗어나 피아노 톤을 이용한 연주로 클래시컬한 친숙함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실제 공연에서 레파토리로 올려지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첫 곡 "Another Wind"에서는 피아노 톤의 키보드 연주와 바이올린 및 첼로 만으로 이루어진 서정적인 연주를 들려주고 있어, 그룹 내에서의 키보드의 역할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굵은 선의 내러티브와 청자의 감정선을 가볍게 자극하는 멜로디에 섬세한 사운드가 조화를 이룬, 중국 포스트-록의 현재를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앨범이다.

 

2017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