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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Winterlight - Gestural Abstractions (n5MD, 2021)

영국 뮤지션 Tim Inhham와 Isabel Ingham 부녀의 듀오 프로젝트 Winterlight의 앨범. 2000년대 중한 팀은 슈게이즈와 포스트-록적인 정서와 사운드를 바탕에 둔 일렉트로닉 계열의 앰비언트 솔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고 이후 Hope Dies Last (2011)을 통해 윈터라이트의 음악적 성과를 요약한다. 하지만 이후 긴 휴지기에 들어가면서 활동은 중단되는 듯 보였으나, 팀의 딸인 이사벨이 베이시스트로 합류하고 The Longest Sleep Through The Darkest Days (2018)와 미니 앨범 I Can't Start Being Happy For Feeling Sad (2018)를 연이어 선보이게 된다. 하지만 이후 딸이 진학과 더불어 독립하게 되면서 부녀의 듀오 프로젝트는 다시 긴 공백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뜻하지 않은 전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로 인한 봉쇄로 휴교를 맞이한 이사벨이 다시 집에 머물게 되면서 이번 녹음을 완성하게 된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다면적인 정서와 다층적인 사운드를 기본으로 하는 윈터라이트의 특징은 차츰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전작들에서는 그 간격이 그리 넓지 않았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표현과 풍부해진 공간을 보여줌으로써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윈터라이트가 처음부터 고수했던 기본적인 정서와 사운드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포스트-록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읊조리는 듯한 다양한 톤의 기타 사운드들이 레이어링을 이루면서 슈게이즈 특유의 정서적 분위기를 이어가는가 하면 일렉트로닉을 이용한 세밀한 배음으로 고유한 앰비언스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이들 부녀는 피아노, 오르간, 현악, 오케스트레이션 등의 고전적인 사운드들이 안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더욱 넓게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장르적 관습을 따른다기보다는 기존 윈터라이트의 언어와 표현을 보다 선명하게 부각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면서 다층적인 여러 레이어들 틈에서도 멜로디가 더 빛을 발하는 명료함을 보여주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인상적인 음악을 완성하고 있다. 여전히 차갑고 우울한 사운드지만 온기와 빛을 품고 있는 매력적인 앨범이다.

 

2021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