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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Wordclock - Heralds (Cryo Chamber, 2017)


런던에서 활동 중인 포르투갈 출신 작곡가 Pedro Pimentel의 프로젝트 워드클락의 근작. 워드클락이라는 이름은 사운드 공학을 전공했고 사운드 디자이너로도 활동하는 뻬드로 자신의 직업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디지털 향기 풀풀 풍기는 이름과 더불어 Cryo Chamber라는 레이블의 이미지까지 더해지면 대충 워드클락의 음악적 성격을 충분히 짐작하게 된다. 전문성을 표방하는 다양한 마이너 레이블들 중에서도 CC는 다크 앰비언트에 특화된 자신들만의 음악적 고집을 집요하게 선보이고 있다. 2011년에 설립되어 지금까지 40여 명에 가까운 뮤지션들과 더불어 100여 장에 이르는 앨범들을 발매했는데, 무거운 사운드 스케이프의 엄숙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레이블의 음악적 정체성을 이어오고 있다. 뻬드로 역시 이러한 레이블의 분위기에 잘 부합하는 뮤지션으로 자신의 데뷔작 Endless (2014)를 비롯해 Self Destruction Themes (2015)에 이어 이번 앨범까지 모두 CC에서 발매했다. 워낙 개성이 강한 음악을 대상으로 하는 레이블이기 때문에 집중해서 자세히 귀 기울이기 전에는 각 음반이나 뮤지션의 개별적 차이에 주목하기 힘들지만 워드클락의 음악들은 그 안에서도 무척 선명하게 자신만의 고유한 창의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그의 독창성은 이번 앨범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엄중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전자악기에 의존한 낮은 성부에서의 무거운 드론 이펙트의 사용을 제한하는 대신 어쿠스틱 악기들과의 조합을 통해 그 효과를 독특하게 재현하고 있다. 개별 악기들 역시 정해진 규범적 역할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곡에 따라 혹은 진행 과정에 따라 각기 다른 공간적 구성으로 이전하기도 한다. 때문에 묘사적 특징이 강한 음악 속에서도 나름의 진지한 내러티브를 완성하기도 한다. 첼로나 민속 하프 등을 이용한 대위적 묘사를 통해 곡의 긴장을 이끄는가 하면 높은 톤의 트럼펫은 사운드 스케이프의 밀도감을 높여 육중한 분위기를 이끌기도 한다. 차분한 톤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휘되는 섬세한 연출력이 인상적이다.

2018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