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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Yann Tiersen - Kerber (Mute, 2021)

프랑스 작곡가 겸 멀티 인스트루먼트 연주자 Yann Tiersen의 앨범. 얀의 이름은 우리에게 영화 Amélie (2001)와 Good Bye Lenin! (2003) 등의 작곡가로 알려지면서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였지만, 최근 그의 작품들은 그 시절에 비해 장르적인 특징을 명확히 하면서도 조금은 보다 복합적인 표현을 보여준다는 특징을 지닌다. 특히 Mute 레이블과의 계약 이후 선보인 일련의 작업들에서 이와 같은 모습들이 종종 관찰되곤 하는데, 그만큼 각각의 앨범마다 고유한 톤과 무게감을 지니고 있으며 또 그 안에는 그에 적합한 여러 유형의 사운드와 특징들이 드러나기도 한다. 비교적 최근에는 모던 클래시컬 혹은 현대 작곡의 특징을 반영하는 작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개별 앨범마다 독특한 음악적 색을 부여함으로써 자신의 음악이 지닌 다면성을 보여주고 있다. 독특한 음악 영상들과 함께 공개된 이번 앨범은 얀이 자주 머물렀던 프랑스 우쌍(Ouessant) 섬에서의 고립과 생활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고 전하는데, 실제로 앨범의 타이틀은 마을 예배당의 이름이며 각 곡의 제목들은 자신의 집 주변 풍경을 둘러싼 장소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이번 앨범은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미니멀한 테마와 이를 둘러싼 전자 음향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앨범은 지나치게 정서적 공감을 강요하거나 숨 막히는 묘사적 세밀함으로 강한 중압감을 요구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번 앨범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싶은데, 전체적인 표현은 그의 이전 음악과 비교해도 무게감을 살짝 덜어내고 다분히 일상적인 편안함을 경험하게 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경험한 평온을 고스란히 우리에게 음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인상을 받게 한다. 때문에 앞에서 언급한 피아노와 일렉트로닉의 관계는 마치 얀과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과의 연관을 나타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피아노의 잔향 속에 대기의 기온이 느껴지도록 연출하는가 하면, 주변의 상황이나 풍경을 묘사하는 듯한 다양한 펄스와 효과들이 연주와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소박하지만 진솔한 풍경화와 같은 느낌을 주는 앨범이다.

 

2021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