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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Yazz Ahmed - La Saboteuse (Naim, 2017)


영국에서 활동 중인 바레인 출신 여성 트럼펫 연주자 야즈 아메드의 두 번째 앨범. 바레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영국인 어머니의 고향으로 이주해 트럼펫 연주자였던 외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악기를 배우게 됐다고 전해진다. 그녀의 성장과 관련된 배경과 이력은 고스란히 자신의 음악 속에 묻어나 있다. 에스닉 계열 월드 퓨전 스타일의 재즈는 이미 다수의 뮤지션들에 의해 소개되었고 나름의 음악적 성과를 이룬 예도 많기 때문에 아메드의 음악 스타일에 대해 특별한 부연은 필요 없을 것 같다. 다만 유사한 에스틱 계열의 재즈 뮤지션들 중 아메드를 특징지을 수 있는 고유한 음악적 표현이 무엇인지는 언급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전작 Finding My Way Home (2011)에서 에스닉한 발성의 다양성에 주목하고 이를 드러내려는 컨셉트가 주요했다면 이번 앨범에서 아메드는 쟁점을 보다 분명히 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표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녀는 이번 앨범에서 재즈-록의 음악적 실험이 분화했을 당시의 스타일과 분위기를 이번 앨범의 기본 표현으로 삼고 있는 듯 하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모달의 음악적 실험이 전통적 밥의 형식을 넘어서 록 음악과의 교집합을 확대해가고 그 안에서 부두교의 주술적 프레이즈가 펼처졌던 Miles Davis의 Bitches Brew (1970)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아메드는 자신의 음악적 표현과 언어로 대체시켜 그 분위기를 새롭게 재현하고 있다. 마일즈의 부두적인 테마들은 아메드의 에스틱한 표현을 통해 이국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으로 완성되었고, 70년대 초의 신경질적이고 날 선 블로잉은 자기 주장을 명료하게 담아내고 있는 망설임 없는 묘사로 전개된다. 지금까지 그녀의 음악 활동이 재즈의 영역에만 한정되지 않고 인디나 아트 록 관련 분야와도 인연이 있었음을 기억한다면 이번 앨범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익숙한 음악적 소재들과 뮤지션 개인의 상상력이 조화를 이룬 색다른 느낌의 앨범이다.

 

2017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