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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It's Ananias - YIA III: The Commencement of the Third Era (self-released, 2022) & YIA III: The Evolution of the Third Era (self-released, 2022)

Yes It's Ananias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스위스 피아니스트 겸 키보드 연주자 Nicolas Streichenberg의 앨범 두 장. 1970년대의 히피-룩에 부르주아지의 허영을 조롱하는 듯한 럭셔리를 미스매칭 한, 눈에 띄는 독특한 패션 스타일과는 달리, 니콜라스는 나름의 방식에 따라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이는 다양한 장르적 양식을 융합도 아니고, 그냥 뭉개고 버무린 듯한 독특한 그의 음악적 세계관은 물론 때로는 은둔 고수의 내공을 뿜어내는 듯한 깊이 있는 표현을 통해 그 신비감은 더욱 고취되기도 한다. 실제로 그의 음악은 어느 특정한 장르적 경향성으로 정의하기 힘든,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모호함이 가득한데 첫 앨범인 Yes It's Ananias (2013)에서는 기타와 피아노와 같이 익숙한 기악적 표현을 이용해 함축적인 언어로 완성된 연주를 들려주었고, 두 번째 Yes It's Ananias II (2015)는 필드 리코딩과 이에 수렴하는 듯한 로우-파이의 공간 속에서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두 편으로 이어진 이번 세 번째 시리즈에서도 YIA의 새로운 이면을 엿볼 수 있다. 각각 Yes It's Ananias III: The Commencement of the Third Era (2022)와 Yes It's Ananias III: The Evolution of the Third Era (2022)라는 타이틀로 2월과 4월에 연이어 발표한 이번 작업은, 같은 테마를 공유하면서도 이를 연주로 재현하는 서로 다른 두 가지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개시'와 ‘진화'라는 단어들로 요약되는 두 앨범의 차이는 그 구성과 각각의 곡이 지닌 연주 방식에서 드러난다. 2월 발매작의 경우 40년대의 S&S M-170 그랜드를 비롯해 펜더의 다양한 장비들과 코르그의 스테이지 피아노 등의 여러 빈티지 건반들을 필드 리코딩과 녹화된 비디오의 사운드트랙 등을 이용해 완성한 14개의 트랙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음악적 내러티브를 완성하고 있다. 이에 비해 4월 발매작은 전편과 달리 70년대의 S&S 그랜드 하나를 이용해 라이브 형식의 녹음을 통해 ‘개시'를 통해 소개된 여러 테마를 단 두 개의 트랙으로 엮어내고 있다. 서로 다른 악기와 사운드의 특성으로 인해 다분히 단편적인 연관만을 보여줬던 여러 테마를 하나의 단일한 표현 공간에 통합함으로써, 두 연작을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 연작으로 완성한다. 특히 두 번째 ‘진화'의 경우 또 다른 부제가 Official Motion Picture Steinway Live Session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올겨울 공개 예정인 Philippe Schnyder 감독의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YIA III: Psychoautomatische Pianoimprovisation (2022)의 일부이기도 하다. 이 두 편의 연작은 같은 테마들을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공간 속에서 어떻게 즉흥적인 방식으로 연관성을 확인하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업이며, YIA가 지닌 복합적인 창의성이 어떻게 ‘개시'되고 ‘진화'를 이루는지에 대한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인상적인 시리즈다.

 

2022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