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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Yuri Honing Acoustic Quartet - Goldbrun (Challenge, 2017)


네덜란드 출신의 색소폰 연주자 유리 호닝의 세 번째 어쿠스틱 쿼텟 앨범. 이미 우리나라에 여러 차례 방문했던 탓에 매우 친숙한 뮤지션으로 기억되며, 특히 작년 2017년에는 이번 AQ 편성으로 자라섬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첫 앨범 True (2012)에 참여했던 베이스 주자 Ruben Samam의 자리를 Gulli Gudmundsson이 대신한 이후 녹음한 두 번째 앨범 Desire (2015)와 마찬가지로 이번 음반 또한 Wolfert Brederode (p)와 Joost Lijbaart (ds) 등이 함께하고 있다. AQ의 활동은 그 이전 2000년대 중후반 호닝의 Wired Paradise 프로젝트와 많은 대비를 이룬다. WP가 재즈의 개방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면 AQ는 그 언어의 내밀함을 강조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이루어지는 계획처럼 보이지만 실제 두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목적의식에 있어서는 주변 장르와의 접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WP가 재즈와 록의 접합 속에서 호닝 자신의 가능한 음악적 표현을 실험했다면, AQ에서는 클래식적인 렉토릭을 염구에 둔 음악적 구성을 선보이고 있다. 호닝의 초기 음악들을 떠올린다면 이러한 프로젝트는 그의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 중 단지 일부만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시절의 음악과 지금까지 일련의 작업들을 생각해 본다면 WP는 물론 AQ 역시 확장된 재즈의 외연 안에서 구체적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와 문법을 자신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과정의 일환이라는 생각도 가능하다. 특히 AQ와 관련해서는 피아니스트 볼페르트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멤버들 모두 각자의 공간에서 각기 다른 위상에서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호닝과 볼페르트는 서로 대칭적인 위치에서 상호 연관의 긴밀함을 다양한 형식으로 이어가고 있다. 사실상 이 둘의 관계에 의해 AQ의 음악적 긴장과 조화가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전작에 대한 인상이 워낙 강했던 탓에 이번 앨범은 다소 단조롭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AQ에서 호닝이 지향하는 음악적 표현과 그 언어를 엿보기에는 충분하다. 음악적 표현의 밀도를 높일수록 그 외연이 확장하는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2018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