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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Zacc Harris Group - Small Wonders (Shifting Paradigm, 2021)

미국 재즈 기타리스트 Zacc Harris의 리드 앨범. 2000년대 중반 데뷔 이후 여러 밴드와 뮤지션들의 세션은 물론 현재 대학에서 후배 연주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초반으로 Shifting Paradigm 레이블을 통해 ZHG의 타이틀로 발매한 The Garden (2012)이 그 첫 앨범인데, 이후 트리오에서 쿼텟에 이르기까지 매번 편성을 바꿔가며 녹음을 진행하면서도 현재의 그룹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번 앨범에는 색소폰 Brandon Wozniak, 피아노 Bryan Nichols, 베이스 Chris Bates, 드럼 JT Bates 등 이전 데뷔 앨범의 멤버들이 오랜만에 고스란히 참여하고 있고 여기에 트럼펫/플루겔호른 John Raymond도 함께하여 지금까지 ZHG의 이름으로 선보인 작업 중 가장 큰 규모의 라인-업을 보여주고 있다. 데뷔 초기의 포맷을 확장한 이번 앨범의 멤버 구성은 조금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듯하다. 지금까지 ZHG의 이름으로 발매한 앨범들은 포스트-밥과 모달에 기반을 둔 정통적인 스텐스를 취하면서도 각각의 작업에 고유한 특징들을 부여하며 조금씩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었는데, American Reverie (2017)에서는 포크의 요소를 가미한 실험적인 표현을 선보이는가 하면, 전작인 Hello Human (2018)은 누-재즈를 연상하게 하는 감각적인 비트에 바탕을 둔 음악적 표출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에 비해 이번 앨범은 마치 데뷔 당시의 오소독스 한 전통적인 양식으로 다시 돌아간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ZHG의 경우 표현에서의 다양성보다는 내밀한 자기 언어를 밀도 있게 이끌어가는 연주가 더욱 명료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어쩌면 주변 장르적 요소들을 활용한 기존 작업의 경우 어딘지 모르게 다른 뮤지션들의 성과가 연상되는 기시감으로 인해 그룹이 지닌 장점이 희석된 측면도 존재하는 듯하다. 앨범은 포스트-밥의 정통적인 스텐스에 기반을 둔 연주를 들려주면서도 간결한 편곡과 균형 잡힌 공간 운영을 통해 그룹만의 안정적인 톤과 밀도를 들려준다. 두 명의 관악 주자와 더불어 구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레이즈만으로도 내밀한 표현을 완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정위감보다는 공간적인 밀도를 통해 연출하는 모던한 느낌을 통해 매혹적인 감각을 드러낸다. 이는 모달을 기반으로 농밀한 긴장을 이어가는 연주에서 뿐만 아니라 여유로운 템포의 발라드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음악적 혁신을 통해 장르적 경계를 확장하는 작업도 매력적이지만, 전통적인 언어와 표현을 보다 밀도 있게 구체화하는 작업 또한 큰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앨범이다.

 

2021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