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기타리스트 Jacob Young, 베이시스트 Mats Eilertsen, 드러머 Audun Kleive의 트리오 앨범.
야콥은 북미의 전통적인 재즈 기타의 스텐스와 북유럽 특유의 정서적 반영을 동시에 체현하고 있는 독보적인 연주자이다. 자신만의 고유한 톤과 음악적 색을 간직하면서도 서정과 역동을 아우르는 폭넓은 표현을 지니고 있으며, 작곡과 즉흥의 경계에서도 고유한 창의성을 실현하는 뮤지션이다. 야콥은 2004년 ECM과 처음 인연을 맺었고, Forever Young (2014) 이후 9년 만에 레이블에서 선보인 이번 앨범에서는 베이스 Mats Eilertsen과 드럼 Audun Kleive과 함께한 녹음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야콥에게 몇 편의 트리오 녹음이 존재하긴 했지만, 관악기와의 관계를 통해 진행을 이끌어가는 방식으로, 기타, 베이스, 드럼 구성의 고전적인 포맷의 녹음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레이블의 네 번째 앨범인 이번 작업은 세 명의 공동 타이틀로 발매했지만, 전체 수록곡은 야콥의 오리지널에 기반하고 있으며, 실제 진행에서도 리더의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세 사람이 공유하는 공간의 위상은 각자의 역할에 따른 능동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접점을 형성하고 공동의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에서는 서로 동등한 비중으로 자신의 역할에 따른 의견을 섬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마츠는 야콥과의 관계 속에서도 자신의 해석을 제시하며 리드미컬한 대위적 연관의 지속성과 갱신을 동시에 포착하는가 하면, 에우둔은 전체 공간을 아우르는 안정감과 탄력을 연출하는 데 있어 자신의 표현을 담은 능동적 개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고전적인 트리오의 전통적 위상을 활용하고 있지만, 때로는 섬세한 기타 백킹의 레이어를 이용해 공간을 다양하게 연출하며 기본적인 스텐스의 안정성을 지속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섬세한 기타 공간의 분할과 그 활용은 하나의 음으로 이어지는 라이너 한 멜로디의 지속을 가능하게 하며, 순간순간 제시하는 하모니는 섬세한 대위적 연관을 연출하면서 미묘한 뉘앙스를 연출하기도 한다. 이는 자신만의 목소리에 방점을 찍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고, 안정적인 플로우에서의 절묘한 텐션을 이루기도 한다. 이와 같은 흐름은 베이스와의 관계에서 더욱 밀도 있는 화성을 완성하기도 하고, 기타 트리오라는 구성의 특성을 반영한 특유의 내밀함을 강화하기도 한다.
역동성을 내밀한 방식으로 응집해 구성과 진행을 견고한 방식으로 이끌어가며, 부피의 변화보다는 밀도의 지속성을 강조하는 듯한 흐름을 이어간다. 이를 통해 멜로디의 선명성을 부각하고, 음악적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매력적인 친근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실제 야콥의 솔로는 마치 자신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소리로 표현하는 듯한 편안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마츠와 에우둔의 인터랙티브 한 반응 또한 폭넓은 대화의 지속을 위한 자연스러운 개입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베이스와 드럼의 반응과 호흡은 각자의 탄력과 다이내믹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지만, 기타의 플로우에 정확히 일치하는 정교함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진행은 물론 공간의 안정감과 입체감을 동시에 재현하는 과정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의도적으로 연출한 새로운 위상 배열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연주와 상호 연관을 통해 공간을 입체적으로 느껴지도록 완성한 대목은 무척 인상적이며, 통상적인 기타 트리오 작업과는 다른 신선함을 재현하고 있다.
구성과 표현에서는 익숙함을 전재로 하고 있어, 이 모든 소리가 우리에게 도달하는 방식은 친숙하고 편안하면서도, 트리오가 전하는 이야기는 내밀하면서도 새롭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개인의 기량을 극대화하거나 색다른 표현을 활용하는 대신, 지금까지 자신들이 선보였던 음악적 색감을 융합하여 자연스러운 하모니를 완성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도 각자의 특징을 온전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새로운 보편적 창의성이 탄생한다는 점을 실천적으로 증명하는 앨범이다.
20230512
related with Jacob Young
related with Mats Eilert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