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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mbientsketchbook - Tipping Point (self-released, 2021)

ambientsketchbook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북아일랜드 기타리스트 겸 프로듀서 Lee Gorman의 앨범. ASb라는 활동명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앰비언트라는 기본적인 장르적 특징을 바탕으로 일렉트로닉, 슈게이즈, 포스트-록 등의 표현을 활용하여 다면적인 음악적 세계관을 펼친다. 때문에 각각의 앨범마다 고유한 음악적 색이 덧입혀져 있어 스타일면에서도 비교적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리게 읊조리는 듯한 멜로디를 비롯해 일상적 서정을 묘사하는 듯한 사운드의 텍스쳐와 앰비언트 특유의 부유하는 듯한 공간을 음향의 하모니 등은 ASb만의 고유한 특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은 어쩌면 이와 같은 ASb의 다면적인 모습을 일련의 단편적인 서사적 옴니버스처럼 엮어낸 듯한 인상을 들려준다. 각각의 곡마다 저마다의 특징이 있고 유사한 스타일을 공유하는 트랙이라도 구체적인 사운드의 활용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앨범의 전체적인 형상을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힘들다. ABs가 어떤 의도에서 '티핑 포인트'라는 다소 거시적인 담론을 함축하는 타이틀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앨범 안에 수록된 곡들의 제목이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서는 기후 변화나 감염병 사태와 같은 현실과는 그리 연관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불확실성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그가 예전부터 다뤘던 비현실적 가상에 대한 테마와 관련된 듯하다. 이와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나 사운드는 다분히 일상적이다. 잘 다듬어져 있고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레이어링에 공간 또한 멜로디나 근간을 이루는 드론을 중심으로 간결하게 구성된다. 단적인 예로 피아노 사운드가 중심을 이룬 "Terra's Lament"의 경우에는 길고 차갑게 퍼지는 리버브와 스트링 계열의 디스토션 걸린 신서사이저의 코드를 중심으로 한 사운드 스케이프의 구성 외에는 아무것도 등장하지 않는 소박한 모습을 보여주며, 그나마 보이스, 필드 리코딩, 신서사이저 등 복합적인 레이어링을 보여주는 타이틀 곡에서조차 중첩된 개별 사운드에 큰 변화를 가하지 않는 단순 명료함을 이어가고 있다. ASb 정도라면 기타를 이용한 샘플링이나 앰비언트 패드를 연출하여 더욱 화려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겠지만, 소박한 멜로디 라인만을 활용해 비교적 명료하게 곡을 구성하는 절제를 보여주고 있어 오히려 인상적이다.

 

202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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