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Ólafur Arnalds의 EP. 이미 작년 말에 이번 미니 앨범에 수록된 전곡이 연주 동영상과 함께 YouTube에 공개되어 신상 영접의 감흥은 비록 덜 하지만 음악 그 자체로 올라퍼의 신곡을 듣는다는 기쁨은 언제나 늘 한결같다. 4곡에 15분 조금 넘는 길이의 EP에서 올라퍼는 평소 자신의 녹음이나 공연에 자주 참여했던 네 명의 현악 뮤지션들은 물론 JFDR라는 활동명으로 알려진 보컬 Jófríður Ákadóttir이 참여한 트랙 등 서로 다른 스타일의 연주를 기록하고 있다. 1년 중 낮이 가장 짧은 날, 레이캬비크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아직 해조차 뜨지 않은 오전 10시 31분에 시작된 연주 "Spiral"은 짧은 마디로 반복되는 몇 개의 코드를 중심으로 현악이 중심이 되어 어쿠스틱을 기본으로 한 모던 클래시컬의 전형을 보여준다. 서서히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는 오전 11시 23분의 "Still / Sound"는 올라퍼 특유의 아날로그 신서사이저와 아르페지에이터로 몽환적 공간을 연출하고, 아침 햇살 가득 차오르는 오후 12시 32분의 "Back To The Sky"에서는 JFDR의 보컬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위기의 전환을 이룬다. 그리고 날이 밝은 오후 13시 46분에 시작된 "We Contain Multitudes"는 올라퍼의 상징적인 Una Corda의 펠트 한 사운드의 솔로로 앨범을 마무리한다. 타임라인의 순서에 따라 진행된 녹음이 보여준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올라퍼만의 고유한 서정적 미학은 유감없이 관찰되고 있다. 한 편에서는 지금까지 그가 선보였던 수많은 곡들을 유형별로 축약한 일종의 핵심정리 같은 생각도 하게 된다. 유난히도 빛이 짧은 날에 기록된 녹음이라 일상에 대한 간절함이 강하게 느껴지는 앨범이기도 하다.
202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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