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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Ólafur Arnalds - Some Kind of Peace: Piano Reworks (Mercury KX, 2022)

 

아이슬란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Ólafur Arnalds의 앨범 Some Kind of Peace (2020)에 대한 재해석 컴필레이션.

 

단순한 피아노 연주에서부터 현대 실내악은 물론 일렉트로닉을 결합한 모던한 구성의 실험에 이르기까지, 올라퍼는 오늘날 흔히들 모던 클래시컬이라고 일컬어지는 경향적 특징을 대표하는 뮤지션이다. 그의 음악은 해당 장르의 특징으로 정의할 수 있을 만큼 견고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으며, 여기에 폭넓은 대중적인 인지도까지 겸비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그의 음악은 형식적인 복합성과 사운드의 다양성을 통해 진화를 이루면서도, 기존 자신의 체계와 구조를 더욱 정교하게 완성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어, 한편에서는 늘 한결같은 정서적인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는데, 그 바탕을 이루는 사색적인 진솔함은 올라퍼를 올라퍼로 완성하는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앞서 발매한 re:member (2018)가 올라퍼의 새로운 창의를 포함하는 음악적 생각을 담았다면, 이어 발표한 Some Kind of Peace 앨범은 그의 음악적 성취와 성공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피아노에 심포닉 스트링과 일렉트로닉을 결합한 복합적인 구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정교한 레이어링을 통해 핵심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감각적인 탁월함을 보여준다. 해당 앨범은 JFDR, Bonobo, Josin 등 주변 분야의 동료 뮤지션들과의 협업을 포하면서 보다 다양한 특색을 반영하기도 하며, 덕분에 올라퍼에게 보다 폭넓은 대중적인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새로운 접근과 복합적인 구성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음악적 귀결은 결국 자신의 내면을 향하게 하는 음악적 견고함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앨범은 올라퍼를 대표하는 작품으로서의 위상을 지니게 된다.

 

Some Kind of Peace 발매 이후 다수의 뮤지션들은 각자 자신의 방식에 따라 곡을 재해석하기 시작하면서, 앨범은 오늘날 모던 클래시컬 분야에서 레퍼런스와도 같은 위상을 보여주기 시작하는데, 이번 작업은 올라퍼 자신의 제안에 따라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각 분야의 대표 음악가들이 연주한 곡을 수록하고 있다. 이 작업에는 우리나라의 Yiruma(이루마)를 비롯해 Eydís Evensen, Hania Rani, Dustin O’Halloran, Sophie Hutchings, Lambert, Alfa Mist, tstewart, JFDR, Magnús Jóhann 등이 참여하고 있는데, 클래식, 재즈,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연주자, 작곡가, 프로듀서 등의 영역에서 음악적인 성과는 물론 대중적인 인지도에서도 최상위 티어에 있는 각국의 음악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올라퍼는 이들에게 피아노를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단서 외에, 재해석 혹은 재구성과 관련한 그 어떤 제약이나 주문도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음악은 연주하는 사람을 통해 어떤 형태든 띨 수 있고, 진화하며 숨 쉬게 된다”는 평소의 신념을 확인하고 있다.

 

복합적인 정서적 이면을 다양한 요소의 사운드를 통해 레이어링 하고, 이를 통해 모던 클래시컬의 장르적 다면성을 극대화한 Some Kind of Peace의 수록곡은, 작업에 참여한 10명의 뮤지션 각자의 해석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앨범 속에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Una Corda와 같은 올라퍼 특유의 시그니처 사운드는 일상적인 투명함으로 바뀌기도 하며, 다층위의 복합성을 통해 연출된 다면적인 표현은 소박한 실내악의 구성을 통해 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재구성되기도 한다. 다양한 텍스쳐의 중첩에 의해 표현된 미묘한 감정의 반향은 정서의 핵심만을 다루는 듯한 솔로 연주로 완성되기도 하고, 전자음향을 통해 완성된 복합적인 레이어는 피아노 사운드만으로 집약한 듯한 압축적인 재구성을 이루기도 한다. 보컬을 포함했던 원곡들의 경우 뮤지션의 해석에 따라 새로운 공간적 위상 속에서 그 역할이 다시금 정의되는가가 하면, 이전보다 더 전면에 배열된 위상 속에서 보다 풍부한 감정을 담아 다시 부르기도 한다. 모든 해석은 뮤지션 각자의 고유한 음악적 특징을 반영하고 있어, 해당 음악가의 기존 작업과 비교해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은 각자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앨범 전체가 고스란히 올라퍼를 연상하게 하는 특유의 정서적 분위기로 수렴한다는 사실이다. 원곡이 지닌 음악적 내면의 견고함이 이유일 수도 있고, 해석과 구성의 개방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귀결에는 올라퍼로 향할 수밖에 없는, 그의 존재감을 우회하기 힘들다는 배경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오늘날 해당 분야에서 음악적 창의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이 완성하고, 그들의 고유한 개별적 상징성을 감상할 수 있는 작업이라는 점만으로도 큰 매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올라퍼의 음악이 지닌 가치와 의미를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인상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앨범이다. 오리지널 앨범을 기획하며 이야기했던 “삶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그의 음악적 고민을 “곡의 핵심은 연주자에게 있다”라는 음악적 사고를 통해 해소하고 있는 셈이다.

 

 

2022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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