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 TV+ 오리지널 시리즈 Surface (2022)의 OST 앨범.
국내에서는 ‘우먼 인 더 워터'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시리즈는 의문의 자살 미수로 기억을 잃은 주인공 소피가 사고 이전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결말까지는 공개 전이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기억 상실을 소재로 하는 서스펜스의 통상적인 플롯에 비교적 충실하며, 현재 자신과 가장 가까운 주변 인물들로부터 비롯되는 여러 가지 의문들을 하나씩 해결하며 진실에 조금씩 접근해가는 전형적인 구조로 이야기는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주변 여러 인물들을 등장시켜 진실로 향하는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고, 주위의 모든 사람을 의심하게 만드는 고전적인 설정으로 되어 있다. 비교적 평이하게 제기된 의문에 대해서는 곧이어 적당한 해명이 이어지고 있어, 떡밥 투척과 회수 사이의 속도가 비교적 빠른 편이지만, 이는 마치 시리즈 전체가 소소한 의구심과 단서의 축적을 통해 의문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커다란 반전을 노리고 있음을 암시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극 초반 심리상담사는 단호한 어조로 소피가 자살을 결심하고 실행했다는 것을 사실로 전제하고 상담을 이어가는 모습이나, 해상구조대원이 구조 당시 주인공이 신분증에 적힌 이름이 아닌 ‘테스'로 자신의 신원을 밝혔다고 말한 장면을 비롯해, 남편의 회사 공금 횡령 등이 사건의 진실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증은 계속 남게 된다. 이처럼 어느 정도 예상을 이어가며 드라마를 시청하게 되는 재미와 더불어, 소피와 그 시선을 렌즈 틸트로 처리해 불투명한 기억과 불명확한 상황을 시각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주인공의 시점에서 극에 몰입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들을 활용하기도 한다.
의문스러운 사건을 다루면서도 진실을 향한 소피의 심리 두 가지를 동시에 다루고 있으며, 극 중의 음악은 그 경계 모든 곳에 존재하는 모호함을 묘사하는 듯한 방식으로 개입하고 있는 듯하다. 음악을 담당한 아이슬란드 작곡가 Ólafur Arnalds는 자신의 개인 작업 외에도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위한 스코어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심미적인 진지함을 다루는 그의 방식은 의외로 서스펜스의 내러티브와 훌륭한 조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영국 형사물 Broadchurch (2013-17)에서 올라퍼의 음악은 사건 그 자체의 긴장은 물론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안착하며 드라마의 전개에서 인상적인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는데, 이에 비해 비슷한 스릴러의 구조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이번 시리즈에서 그의 음악은 마치 기능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듯한, 제한적인 개입을 보여주는 듯하다. 사건이나 심리 그 자체에 직접 개입하는 대신, 자연스러운 장면 전환을 유도하는 매개의 역할을 담당하는가 하면, 때로는 여백과도 같은 인서트나 혼란스러운 상황 등을 부각하기 위한 수단처럼 활용되기도 한다.
어쩌면 이는 기억 상실이라는 상황에서 경험하게 되는 불안과 모호함 등에 주로 개입하는 방식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실제로 올라퍼는 마그네틱 테이프의 루프를 이용해 소리를 굴절하거나 왜곡하여 이를 음악에 반영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곡들은 미니멀한 테마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첼로와 바이올린과 같은 현악기를 비롯해 피아노와 일렉트로닉 등의 간결한 구조로 연주를 완성한다. 구성이나 구조 자체는 단순하면서도 스릴러나 서스펜스 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복합적인 텍스쳐의 대비와 하모니의 완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올라퍼 특유의 섬세한 심미적 진행은 기존의 스테레오 타입을 대체하기에 충분한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곡 자체가 지닌 복합적인 정서적 특징은 시리즈에서 다루는 소재와 훌륭한 일체감을 보여주고 있으며, 극의 여백에서 서서히 울려 퍼지는 올라퍼의 음악은 그 자체만으로도 조용한 몰입을 이끄는 역할을 충분히 담당하고 있다.
드라마를 위한 스코어의 기능도 훌륭하지만, 올라퍼의 팬이라면 독립적인 음반으로서 감상의 가치 또한 만족스러운 앨범이다.
20220801
related with Ólafur Arnal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