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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Ólafur Arnalds - The Invisible (Mercury KX, 2021)

아이슬란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Ólafur Arnalds의 미니 앨범. 오늘날 현대 작곡 및 모던 클래시컬 분야에서 강고한 입지를 지닌 올라퍼는 2010년대 중반 무렵 여러 편의 영화와 TV 시리즈를 위한 작업에도 참여했는데, 아쉽게도 당시의 OST들 중 일부는 스트리밍이나 음반으로도 쉽게 접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번 EP 또한 1940년대 중반 소련의 리투아니아 침공에 맞선 무장 저항군과 그 안에서의 사랑을 다룬 영화 The Invisible Front (2014)를 위한 음악 작업으로 제작되었던 곡들을 수록하고 있다. 영화 공개 이후 음악은 대표곡 몇 개만을 수록한 채 일종의 기념품 형식의 무료 EP로 배포되었고, 그나마 그 2-3곡조차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열악한 음질로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전부였다. 해당 곡 중 "Epilogue"는 올해 초 아카데미 시상식을 장식한 영화 Nomadland (2020)에도 사용되어 극 중 섬세한 정서적 내러티브를 완성하기도 했다. 이번 미니 앨범은 27분 남짓한 분량으로 총 8곡이 수록되어 있어 전체 작업을 모두 담아낸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기존 연주 중 상당 부분을 지금이나마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EP에는 바이올린 Viktor Orri Árnason과 Karl Pestka, 비올라 Kristín Maríella, 첼로 Hallgrímur Jónas Jensson 등이 참여하고 있어, 당시의 녹음 이후에도 올라퍼와 함께 작업을 이어가고 각자의 활동에서도 두각을 펼친 연주자들의 이름을 볼 수 있다. 이처럼 피아노에 현악 쿼텟이 더해진 포맷은 올라퍼의 음악적 특징을 상징하는 구성 중 하나로, 이번 음악 작업을 시작했던 2012년 당시에 이미 어느 정도 현재의 음악적 형식 중 일부를 완성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고전적인 앙상블의 규범에 개별 현악의 텍스쳐를 강조한 사운드를 중첩해 독특한 심미적 하모니를 완성한 편곡을 선보이고 있어 올라퍼의 상징적인 표현을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펠트 한 느낌의 업라이트를 이용한 연주에 메커니컬 사운드까지 채집한 연주를 통해 일상적 영역에서의 감성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현악 앙상블과는 대칭과 대비 등의 다양한 공간적 연관을 이루면서도 나름의 균일한 정서적 질감을 담아내고 있다. 이번 녹음 이후에 발매된 다양한 작업과 비교해보면 조금은 오디너리 한 인상이 들기도 하지만 세밀하면서도 깊이 있는 서정으로 음악적 완성을 이룬다는 점에서는 올라퍼 다운 작업임은 두말할 필요 없는 작업이다.

 

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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