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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C - Original Soundtrack (A Strangely Isolated Place, 2022)

komeda 2022. 7. 16. 23:03

ASC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활동 중인 영국 전자음악가 겸 프로듀서 James Clements의 앨범. 제임스는 1990년대 말, 학생 시절부터 지역 해적 라디오 방송국에서 같은 음악적 생각을 공유하는 친구들과 DJ 활동을 펼치면서 조금씩 사운드와 연주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시절 작성된 트랙들이 공식 출반을 하게 되면서 1999년 ASC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하게 된 제임스는 2000년에 Covert Operations Recordings를 설립해 9년 동안 운영했고, 이후 Auxiliary 레이블을 만들면서 현재까지 이어오게 된다. 초기에는 주로 DnB 계열의 경향적 특성을 바탕으로 하는 연주들을 선보였으며, 이후 몇몇 동료들과 아우토노믹 운동을 이끌며 신서사이저를 이용한 사운드의 확장을 비롯해 일렉트로닉의 이펙트나 미니멀한 비트 등을 혼합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게 된다. 이러한 흐름은 여전히 DnB의 서브 장르적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존재할 수 있지만, 제임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음악적 표현을 다변화하고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개방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영향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그의 음악적 시그니처로 봐도 무방할 듯싶다. 때문에 지금에 와서 그의 음악을 어느 한 가지 특정한 장르적 특징으로 한정하기에는 무수한 편차와 나름의 스팩트럼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개별 작업의 특성을 통해 더욱 구체화된 형식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그럼에도 DnB를 바탕에 두고 있는 그의 음악적 특징은 고유한 특징들로 통합되어 제임스만의 독창성을 상징하는 창의성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앨범을 본다면 다분히 많은 예외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ASIP 레이블을 통해 개인 작업을 릴리즈 한 것도 예외적이긴 하지만 이러한 전례는 이미 존재하기에 특별하다고 할 수는 없는 대신, 이번 앨범에서 다루는 음악적인 내용 자체에서 ASC라는 이름을 통해 기대하거나 연상하게 되는 통상적인 양식과는 많이 다르다는 인상을 준다. 우선 제목에서 암시하는 영화와의 연관성은 크게 존재하지 않지만, 이미 2010년대 초부터 미디어와 관련한 관심을 반영한 예도 존재하고, 실제로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등에 부분적으로 참여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완전히 낯설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대로 해당 작업에서는 여전히 자신의 음악적인 특징을 간직하고 있었던 것에 비해, 이번 앨범에서는 비트리스에 가까운 방식으로 기악적 특색을 강조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어, 한편에서는 의외라는 생각도 들면서도 신선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8편의 곡으로 이루어진 앨범은 피아노와 그 사운드가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개별 트랙 안에서 그 기능과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때로는 단순한 아르페지오의 연속이나 미니멀한 코드의 진행 혹은 멜로디의 루프에 기반한 플로우를 펼치면서, 그 주변에 여러 다양한 레이어를 응집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가 하면, 다른 기악적 진행의 배경 혹은 디테일을 이루는 기능을 담당하기도 한다. 피아노의 역할이 고정되거나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전체의 진행에서 중요한 요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며, 다양한 음원과 소스의 중첩 또한 이를 염두에 둔 톤과 텍스쳐를 갖추고 있어, 한편에서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독특한 양식을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일렉트로닉을 이용한 배음은 물론 다양한 효과가 여전히 공간 전체에서 지배적인 활용을 보이지만, 피아노와 대위를 이루는 사운드는 어쿠스틱 계열의 특성을 우선시하고 있다.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라는 타이틀과 더불어 낮은 콘트라스트에 어두운 톤의 흑백 커버 아트가 전달하는 분위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줄 만큼, 정서적인 깊이에서는 상당히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특히 낮게 깔리는 히스 노이즈는, 실제 그 사운드의 특성과 달리 모호한 로우-파이의 경험을 제공하며 몽환적 신비감과 몰입을 제공하는 소소한 장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편안한 감상을 유도하지만, 자세히 들으면 들을수록 제임스가 아니면 완성하기 어려운 디테일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몰입하며 반복해서 경청하게 되는 매력을 지닌 앨범이다. 

 

2022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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