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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w Tasselmyer - Piano Frameworks (Disintegration State, 2021)

komeda 2021. 5. 22. 21:03

미국 전자음악가 Andrew Tasselmyer의 앨범. 앤드루는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적 텍스쳐를 완성함으로써 장르 내의 다른 뮤지션들과 다른 차별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흔히들 앰비언트나 드론 계열로 통칭되지만 그 안에서 자신만의 유니크한 질감을 앤드루만큼 훌륭하게 잘 표현하는 뮤지션은 흔치 않을 듯싶다. 샘플링을 이용해 음악적 표현을 위한 기본적인 사운드를 구성하고, 필드 리코딩을 통해 묘사적인 특징을 강화하며, 톤 다운된 로우-파이 특유의 아련한 질감으로 연출하여 특유의 몽환적이면서도 회상적인 분위기의 음악을 완성한다. 이번 앨범 또한 기존 앤드루의 작업이 보여준 특징들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특히 이번 앨범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은 피아노의 사운드인데, 고전적인 연주 악기에서 사운드 디자인을 위한 다양한 음향적 요소들을 샘플링하여 자신의 음악적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가 흔히 접하는 악기의 멜로디나 연주를 기대했다면 조금은 당혹스러울 수도 있지만,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피아노에서 색다른 사운드의 가능성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볼 여지도 충분하다. 그렇다고 해서 앤드루가 피아노의 사운드를 파괴적으로 다루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리 그 자체에 집중해 음악적 표현을 확장하려는 듯한 시도처럼 보이며, 앨범은 그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러한 사운드는 앤드루 특유의 로우-파이와 맞물리며 마치 쇠락하는 사물의 이미지를 묘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업라이트가 지닌 일상적 텍스쳐에 멜로디가 해체되어 사운드 그 자체가 부유하는 듯한 모습에서 실존적 무상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앨범이 우울함을 전해주는 것은 아니다. 마치 창을 통해 들어온 빛의 궤적을 낡은 VHS로 기록한 영상을 보는 듯한 아련함이 있으며, 일상의 자연스러운 순환을 바라보는 듯한 평온함을 느끼게 해 준다. 우리는 단지 그곳에 머물기만 하면 될 뿐이다.

 

202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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