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Go Penguin - GGP/RMX (Blue Note, 2021)
영국 피아노 Chris Illingworth, 베이스 Nick Blacka, 드럼 Rob Turner로 구성된 트리로 GoGo Penguin의 새 타이틀. 이번 앨범은 전작 GoGo Penguin (2020)에 수록된 9곡과 Live from Studio 2 (2020)의 1곡을 Cornelius, Machinedrum, Yosi Horikawa, Rone, Squarepusher, Nathan Fake, 808 State, James Holden, Shunya, Clark, Portico Quartet 등 11명의 뮤지션들이 리믹스한 앨범이다. GGP는 탄생한 그 순간부터 재즈가 지닌 개방적 성격을 적극 활용하여 그 표현의 확장성을 극대화하는 혁신을 보여줬기 때문에 EST 이후의 재즈 트리오의 변화를 이끌 동력의 하나로 주목받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GGP가 장르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레이블인 Blue Note로 이적한 이후 GGP의 행보는 규범적 경계 자체를 무효화하는 듯한 결의를 보여주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그 범주를 넘어선 과감함을 선보이게 된다. 재즈에서 DAW를 이용한 시퀀싱은 더 이상 문제 될 것도 없고 프로그래밍이나 샘플링 또한 흔하게 사용되는 표현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이들의 원곡이 제작된 방식 자체에 대해 논하는 것은 더는 무의미하다. 클럽에서 연주되던 재즈가 댄스 플로어 위의 관객들을 춤추게 했다고 비난한다면 이것은 정말 편협한 음악적 사고의 일단에 불과할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이들의 음악이 재즈인지 여부는 더는 중요한 사항은 아니다. 단지 GGP의 음악 그 자체로 바라봐도 전혀 문제 될 것 없고, 오히려 이들 트리오의 음악적 진화와 그 궤적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전작에서는 GGP는 재즈의 장르적 규범에 기반한 연주를 들려준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 작업에 내재한 요소들이 어떻게 새로운 음악적 지반에서 활용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 것이 이번 앨범의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싶다. 리믹스라는 단어에 내포된 다양한 의미에 걸맞게 원곡 위에 조심스럽게 리듬과 라인을 덧입힌 곡이 있는가 하면, 오리지널을 해체해 새로운 장르적 언어로 재구성한 레디컬 한 작업도 존재하지만, 참여한 뮤지션 각자의 개성이 부각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처음부터 그 어떠한 음악적 공통점도 없을 것 같았던 Clark의 작업도 흥미롭고, GGP와 유사한 음악적 변천을 미리 경험했던 Portico Quartet의 리믹스도 인상적이다. GGP는 음악으로 무엇을 해도 옳다.
202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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