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illaume Poncelet - Haven (BMM, 2022)
프랑스 뮤지션 겸 작곡가 Guillaume Poncelet의 피아노 솔로 미니 앨범. 1978년생인 기욤은 지금까지 재즈 및 힙합 신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에서 세계적인 여러 뮤지션들과 함께 연주하기도 했는데, 독특한 점은 그 기간 중 트럼펫 연주자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연주자로서 뿐만 아니라 음악 감독, 프로듀서, 작곡 등에서도 재능을 발휘하여 다수의 성공적인 앨범을 선보이기도 했고 영화 음악에도 참여하는 등, 여러 분야에 걸친 기욤의 기여는 독특하면서도 남다른 면모를 지닌다. 특히 비교적 최근까지도 기욤은 Gaël Faye와 Ben Mazué의 앨범을 전담하며 프로듀서와 작곡가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투어의 기획에도 관여하는 등, 자신의 본업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여러 뮤지션들과의 협업과 병행하면서도 기욤은 2014년부터 피아노 솔로를 위한 개인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하는데, 그 결과로 완성된 앨범이 88 (2018)이다. 이 앨범은 지금까지 기욤이 선보였던 장르와는 전혀 다른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솔로 연주를 담고 있으며, 사운드 또한 펠트 한 톤으로 튜닝된 업라이트를 이용해 일상적 표현에 근접한 정서적 반영을 담은 연주를 들려주게 된다. 이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장르적 접근을 선보이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나 표현에서도 일상과 서정의 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편안함을 다루고 있어 전혀 의외의 작업이라는 인상을 주게 된다. 이번 앨범 역시 이와 같은 기본적인 특성의 연장에서 볼 수 있지만, 피아노를 위한 작곡과 연주에서 보다 심오한 내실의 침전을 다루고 있어, 전작과는 미묘하게 다른 깊이 있는 뉘앙스를 담고 있는 듯하다. 앨범에 수록된 5개의 곡 중 3개는 작년부터 단편적인 싱글로 발매가 이루어진 것들로, 봉쇄 기간에 멈춰 선 일상의 “고립된 평화의 안식”에서 작업이 시작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이번 EP는 전작에 비해 적은 수의 곡을 수록하고 있음에도 그 내용에서는 오히려 더 풍부한 모습을 들려주고 있는데, 낭만주의를 연상하게 하는 고전적인 내용과 표현에서부터, 오늘날의 모던 클래시컬의 경향적 특징을 반영한 복합적인 코드의 진행과 활용으로 완성한 연주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복잡한 양식의 작곡을 능숙한 연주로 완성하는 모습은 마치 두 가지 음악적 기능이 온전하게 통합되어 있음을 증명하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여, 일상적 소박함을 다뤘던 기존 방식과는 무척 다른 이면을 담고 있다. 작곡의 의지를 연주로 실현하고, 연주를 바탕으로 보다 깊이 있는 작곡 의지를 자극하는 듯한 모습을 보면, 모던 클래시컬 계열에서도 기욤은 자신만의 창의적인 성과를 충분히 선보일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2022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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