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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land Whitty - Anyhow (Innovative Leisure, 2022)

komeda 2022. 12. 12. 22:47

 

캐나다 색소폰/기타 및 다중 악기 연주자 Leland Whitty의 앨범.

 

리랜드는 2010년대 초에 BadBadNotGood의 객원 뮤지션으로 참여했고, 이후 정식 멤버로 가입하며 밴드의 새로운 음악적 변화를 함께했던 인물이다. 그룹 활동 외에도 다양한 뮤지션들의 세션 및 투어에 참여하는가 하면 일련의 협업도 이어갔고, 색소폰과 기타 연주 외에도 다양한 여러 악기에도 재능일 지니고 있으며, 최근에는 몇 편의 영화에 작곡가로 참여하며 개인 활동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공식적인 리랜드의 첫 개인 타이틀인 이번 앨범은, 지금까지 축적해온 개인적인 재능과 최근의 관심을 결합한 작업으로 기록될만하다. 이번 앨범과 관련해 리랜드는 재즈의 즉흥적인 모티브에서 구조적 내러티브를 제작과 편곡에 수용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는 BBNG의 일원으로 지금까지 보여준 그의 활동과는 다른 차별점을 구성하는 대목이기도 하며, 동시에 자신만의 음악적 행보와 관련해 독자성을 암시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번 앨범에서 리랜드는 직접 신서사이저를 비롯해 관악 및 현악을 연주하는 한편, 친형인 드러머 Lowell Whitty 또한 거의 모든 트랙에 걸쳐 함께 작업에 참시켜, 자신만의 색을 완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분적으로 베이스 Julian Anderson Bowes를 비롯해, BBNG의 전 멤버이자 긴밀한 동료인 신서사이저 Matthew Tavares 외에도, “Silver Rain” 트랙에서는 BBNG의 베이스 Chester Hansen과 드럼 Alex Sowinski와의 협연을 담고 있는데, 기존 그룹의 음악과 묘한 동질감과 더불어 색다른 느낌을 전하고 있어 흥미로운 모습을 전한다.

 

앨범 전체를 지배하는 가장 중심적인 분위기는 다분히 복고적이다. 이와 같은 느낌은 몇몇 악기의 개별 사운드에 의해 드러나는 것뿐만 아니라, 관악과 현악의 라인을 중첩하여 완성한 앙상블을 통해서도 전해지는데, 이와 같은 공간 배열과 구성의 독특함은 리랜드가 의도한 영화적 내러티브를 음악적으로 완성하기 위한 자신만의 편곡의 방식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실제로 그는 최근에 작업한 영화 관련 음악에서 재즈와 록의 접점을 영화적 구성 요소와 연관 지어 완성했던 방식을 보여주기도 했고, 이는 개별적 사운드가 지닌 상징성을 부각하는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 이번 앨범을 하나의 영화적 내러티브의 구성을 음악적 형식으로 완성하기 위해, 개별 사운드의 큐레이팅과 그 조합에 대한 나름의 악보를 마치 한 편의 시나리오처럼 제작했고, 그 전체의 분위기를 이와 같은 고전적인 양식으로 형상화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코드나 하모니를 조합하는 방식이나 완급을 거듭하는 유연한 진행뿐만 아니라, 자유롭게 활강과 상승을 이어가는 현악 라인, 중첩된 다양한 관악의 앙상블 등은, 마치 재즈와 록의 접점에서 CTI에 의해 재현된 일련의 스타일을 리랜드의 독특한 관점에서 축약 혹은 재해석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물론 한편에서는 고전 영화의 음악과 사운드를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구성했다는 느낌도 강하게 묻어난다. 기악적 편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연주 공간은 자연스럽게 전경과 배경으로 기능적인 분할을 이루는가 하면, 곡의 성격이나 진행 과정에 따라 하나의 매시브 한 앙상블로 통합되는 등, 그 흐름은 유연하면서도 나름의 극적 구성을 보여주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시네마틱 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리랜드는 다양한 악기들을 통해 솔로와 앙상블의 레이어를 조합하며 공간적 표현을 확장하거나 극적 변화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전체 연주가 하나의 중심점으로 수렴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로웰의 드럼 때문이 아닐까 싶다. 완급은 물론 팽창과 수축을 거듭하는 유연한 전개 속에서도, 드럼은 균일한 위상을 점유하며 이 모든 과정을 조율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부피감 있는 사운드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세트는 앨범 전체의 고전적 분위기를 은근히 강조하기도 한다.

 

듣기에 따라서는 무척 편안한 이지 리스닝 계열의 감수성을 전하기도 하며, 자세히 듣다 보면 구조화된 복합적인 레이어의 세밀한 조합을 발견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흥미로운 작업임은 분명하다. 재즈의 즉흥연주에서 일련의 구조적 내러티브를 편곡에 반영한다는 리랜드의 음악적 목표가, 결국 듣는 이에게는 풍부한 영화적 상상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인상적인 성과를 담아낸 앨범이 아닐까 싶다. '어찌 되었든' 과거 불법 해적판 LP를 떠올리게 하는 커버 디자인은 정말 탁월하다.

 

 

202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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