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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dgeir Berg Trio - While We Wait for a Brand New Day (Ozella, 2022)

komeda 2022. 11. 24. 20:49

 

노르웨이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Oddgeir Berg Trio의 앨범.

 

2010년대 말 피아노/키보드 Oddgeir Berg, 베이스 Karl-Joakim Wisløff, 드럼 Klaus Robert Blomvik 등이 모여 OBT를 결성한다. 트리오는 일렉트로어쿠스틱 재즈를 표방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기존 트리오의 표현에 신서사이저 등의 일렉트로닉의 요소를 더한 것이기에,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접근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념적인 의미에서의 일렉트로어쿠스틱과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어, 장르적으로도 별도의 구분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전자 악기의 활용을 제외한 연주만을 놓고 보면 다분히 전통적인 규범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흔히들 말하는 북유럽적인 특징 또한 강하게 반영하고 있어, 통상적인 오늘날의 재즈 트리오의 일부로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실제로 OBT의 연주는 피아노를 중심으로 하는 고전적인 공간 구성에 충실하고, 때로는 오소독스 하다는 인상을 줄 만큼 진행에서의 일상적 규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이와 같은 기존 언어와 문법에 기반하면서도, 전자 악기의 활용을 통해 조금은 더 확장적인 표현을 개방할 수 있는가에 대한 폭넓은 실험만큼은 특히 귀 기울여 볼 가치가 충분하다. 전통적인 포스트-밥에서부터 재즈-록 특유의 확장성은 물론 북유럽적인 서정을 바탕으로 하는 표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식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섬세함을 담아내려는 방식은 인상적이다.

 

이번 앨범은 Before Dawn (2018)과 In The End Of The Night (2019)에 이은 ‘빛과 어둠’의 3부작에 해당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녹음에는 원년 멤버인 드러머 클라우스 대신 Lars Berntsen이 새롭게 참여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로 인해 노르웨이가 봉쇄되기 3일 전에 모여 리코딩을 완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기적으로는 앞선 두 장의 앨범과 일련의 연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새로운 멤버로 인한 변화 또한 근본적이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전작들과는 다른 나름의 미묘한 차이가 드러나는 것은 흥미롭다. 본인들은 ECM을 연상하게 하는 분위기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개인적인 사운드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듣는 입장에 따라서는 과거 7, 80년대 독일 레이블 전성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대목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조금은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다만 일렉트로닉의 활용에서 조금은 더 신중한 접근을 보여주고 있고, 그 공간 역시 기존 자신들의 앨범에 비해 다소 상대화되었다는 점에서, 대신 연주와 진행의 구성에서 견고함을 조금 더 부각하려 했다는 측면에서는 나름의 차이가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차이가 근본적이라기보다는, 기존에 보여줬던 다양성 중 몇 가지에 주목하고 이를 보다 확장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번 앨범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능적으로 작용하는 듯한 트리오의 공간 구성이다. 피아노의 라인의 화려한 전개가 가능할 수 있도록 안정적이고 무게감 있게 지반을 다지는 듯한 베이스와 탄력적 유연성을 더하는 드럼, 그 자체가 기능하는 방식은 무척 안정적이면서도 공간적 기능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개별 공간의 명료함을 확보하는 동시에, 극적으로 전개되는 진행에서의 설득력과 몰입을 더 하기도 하는데, 곡의 성격에 따라 상호 간에 일정한 거리를 취하는 듯한 관조적인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때로는 긴밀한 인과성을 드러내는 등, 나름의 유연함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아름답고 화려한 피아노의 프레이즈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전체적으로는 무척 단정하면서도 안정된 균형감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전자 악기를 이용한 공간적 효과를 연출하는 순간뿐만 아니라 색소폰 연주를 포함하는 트렉에서도 일관되는 고유한 특징처럼 드러난다. 비교적 빠른 템포에서 보여주는 앙상블의 밀집성은 물론 여유 있는 속도의 진행에서 드러나는 유기적 조화는 늘 최적의 균형감에 수렴하고 있어, OBT 나름의 견고함 팀 워크를 느낄 수 있다. 전체적으로 균형의 우위를 전제로 하는 구성은 개별 공간의 자율성에 대해 일정 부분 상대화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유러피언 혹은 현대적인 양식의 모든 트리오 구성에서 개방적 공간의 활용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OBT는 나름 자신의 방식으로 고유한 팀 칼라를 완성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앞선 두 전작들에 비해 살짝 오디너리 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심미적이면서도 서정적 표현을 자연스럽게 전개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치밀함은 여전히 인상적이며, 이를 트리오의 공간 속에서 재현하는 OBT만의 견고함은 더욱 진화했음을 느낄 수 있다. 일상적이라고 표현했던 다양한 양식이 지닌 특별한 아름다움을 명료하게 표현하고 있어 더욱 귀 기울이게 되는 앨범이다.

 

 

20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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