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Gregson - An Evening at Capitol Studios: Bach Recomposed (Deutsche Grammophon, 2021)
영국 첼리스트 겸 작곡가 Peter Gregson의 EP. 피터는 레이블의 선택을 받기 이전에도 영화 및 무대 음악 등을 통해 탄탄한 입지를 다진 젊은 뮤지션이다. 그래도 그의 이름이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흔히 Bach Recomposed (2018)로 알려진 무반주 첼로 모음곡 6개 전곡을 재구성한 작업 이후가 아닐까 싶다. 최근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선보이는 일련의 재구성 작업이 기존 원곡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개방함은 물론 그 이면에 감춰진 정서적 맥락을 현대 작곡의 손을 빌어 드러낸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특히 독주의 형태로만 선보였던 첼로 모음곡의 경우 곡 해석의 모든 권리를 연주자가 독점하는 탓에 독자의 개인적 정서를 대입할 여지가 제한되는 텍스트적 성격이 강했던 반면, 피터의 재구성은 그 여지를 확대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앨범은 피터의 2018년 작업과 관련된 것으로, 2020년 초 LA Capitol Studios에서 진행된 실내 공연 중 일부인 여섯 트랙 만을 담고 있다. 참여한 첼로 연주자들은 다르지만 2018년 작업과 동일하게 피터 본인 포함해 6명의 연주자가 재구성 버전을 재연하고 있다. 이번 라이브 버전은 2018년 작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목적에 둔 듯한 인상이다. 재구성을 위한 작곡, 앙상블과 섬세한 전자 효과는 물론 공간을 표현하는 믹싱에 이르기까지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재연한다. 그 때문에 전체 연주에 대한 호기심은 솔직히 덜하다. 대신 현재 준비 중인 피터의 새로운 앨범에 대한 기대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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