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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py Ackroyd - Pause (One Little Independent, 2021)

komeda 2021. 11. 12. 15:31

영국 연주자 겸 작곡가 Poppy Ackroyd의 앨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피아니스트로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여러 녹음과 무대에서의 활동과 더불어 포피는 자신의 개인 작업을 통해 작곡가로서의 재능 또한 드러낸다. 녹음의 거의 전 과정을 솔로로 진행하는 대신 멀티 트랙 녹음을 이용해 피아노를 비롯한 현악의 레이어링을 구성한 앙상블을 들려줬는데, 묘사와 서술에서의 디테일은 물론 정서적으로 내면화된 음악적 표현은 그녀가 일상과 더불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반영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포피의 통산 네 번째 정규 앨범인 이번 녹음은 레이어링을 배제하고 오직 피아노 한 대에만 의존해 음악적 표현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이전 작업인 Sketches (2017)와 닮았다. 다만 전작의 경우 포피의 기존 작업을 피아노 솔로 공간에서 재구성한 과정이라면 이번 녹음은 새로운 작곡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번 앨범은 '일시 정지'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감염병 사태 기간에 제작되었고, 특히 해당 타이틀 곡은 그녀의 첫 아이의 출산 직후에 쓰인 것으로 마치 일시적으로 보류된 일상에 대한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 이와 같은 사정 때문에 멀티 트랙 리코딩을 이용해 다양한 레이어링을 구성하는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했는데, 포피는 오히려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를 유연하게 해석하며 다양한 연주들을 시도했고, 이와 같은 수많은 연습 끝에 곡 하나하나를 녹음한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각각의 곡이 전하는 이야기는 함축적인 명료함이 묻어나 무척이나 설득력이 있고, 개별 트랙마다 고유한 특징들을 섬세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랜드를 이용해 연주하고 있지만, 곡의 특징에 따라 피아노가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톤과 질감을 폭넓게 반영하고 있는데, 이는 개별 트랙이 지닌 강한 표제적 성격을 더욱 부각하기도 한다. 빠르게 진행되는 연주 속에서도 벨로시티나 서스테인을 세밀하게 조율하여 깊이 있는 디테일을 완성하는가 하면, 음과 음 사이의 긴 여백에 미묘한 텐션을 불어넣는 배음을 준비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연주자로서의 친밀함을 강하게 부각하고 있다. 물론 그 모든 과정에서도 포피 특유의 내면화된 정서적 표현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인상적인 앨범이다.

 

202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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