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sales - Still, Tomorrow (Archives, 2021)
영국 앰비언트 뮤지션 Ian Hawgood와 캐나다 출신 Brad Deschamps의 협업 앨범. 얼마 전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Rosales라는 낯선 그룹의 선공개한 싱글을 처음 들었을 때 예상하지 못한 깊이와 중량감이 느껴지는 사운드를 듣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후 이들이 이안과 브래드의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라는 사실을 알고 싱글 음원에서 경험했던 느낌이 이해가 가는 한편, 이들 두 뮤지션의 조합이 이렇게도 가능하구나 싶어 다시 한번 더 놀랐다. 이들 둘은 지금까지 다양한 뮤지션들과의 협업을 통해 의외의 시너지와 조합적 특징들을 선보였는데, 이번의 경우 이안과 브래드는 사운드와 음악적 스타일에서 공유하는 지점들이 많아 둘의 상호작용은 서로를 보완하면서 동시에 평소 자신들에게 드러나지 않았던 캐릭터들을 조심스럽게 표출하기도 한다. 물론 이 안에서도 둘의 서로 다른 사운드 텍스쳐의 특징들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안의 경우 릴 투 릴을 이용한 빈티지 한 스타일의 작업 방식을 선호하는데, 그의 아날로그적인 텍스쳐의 연출은 이번 앨범에서 조금은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기도 한다. 의도적으로 부풀려진 듯한 히스 노이즈의 경우 서서히 전개되며 이후에는 신서사이저의 배음과 맞물리면서 마치 잔잔한 파도처럼 들리는 듯한 모습을 들리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이미지너리 한 연출을 위해서는 확실히 흐름의 연속성과 그 안에서의 미세한 변화에 집중하는 브래드의 역할이 중요하다. 잔잔한 물결 같은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역동하는 엔벨로프와 효과들의 전개는 마치 넓고 잔잔한 수면 아래에서 유영하는 거대 생명체의 유영을 형상화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다만 특정 트랙 고음역대 일부 구간에서 음향이 일그러지거나 서로 동일한 음역대를 공유하며 부풀려진 소리에 위상차가 발생하며 미세하게 뒤틀리는 등 평소 이안의 마스터링에서 볼 수 없었던 소소한 아쉬움이 있지만, 이것조차 앨범에서 의도한 정서적 효과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부차적인 문제다. 정서 이면의 응집을 흘려보내는 듯하면서도 때로는 이미지너리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협업임은 분명하다.
20210608
related with Ian Haw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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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 with Brad Deschamps (as Still Harb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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