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dim Neselovskyi - Odesa: A Musical Walk Through a Legendary City (Sunnyside, 2022)
미국에서 활동 중인 우크라이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Vadim Neselovskyi의 솔로 앨범. 소비에트 연방 시절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태어난 바딤은, 10대 초 음악원 최연소 입학 기록을 세우면서 일찌감치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으며, 체계적인 클래식 교육과 더불어 비교적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항구 도시를 오가던 선원들을 통해 구입한 재즈를 접하며 성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10대 중후반, 클래식을 공부하기 위해 건너갔던 독일에서 재즈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어 이후 미국으로 이주해 버클리에서 공부했으며, 수많은 유명 뮤지션들과 함께 무대에 서면서 자신만의 탁월한 재능을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리게 된다. 바딤의 피아노는 오소독스 한 형식을 취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이를 주변 연주자들과의 관계에서 유연하게 적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그러면서도 동시에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에서 기존의 맥락을 자신의 임프로바이징을 통해 확장하며 진행과 내용을 보다 풍부하게 완성하는 모습에서 작곡과 연주를 통합하며 창의적 표현을 이루는 그만의 탁월함을 엿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바딤의 재능은 솔로로 녹음한 이번 작업에서는 극적으로 드러난다. 이미 앨범의 타이틀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번 작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대하는 예술가의 음악적 발언을 담고 있다. 특히 흑해의 관문으로 러우 양측 모두 중요한 전략적 거점 중 하나인 항구 도시 오데사는, 바딤에게 있어 자신의 고향인 동시에 음악의 꿈을 키웠던 곳이기에 앨범의 타이틀은 상당히 무겁고 비장하게 전해지기도 한다. 바딤에게 있어 고국과 관련된 음악 프로젝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양국의 긴장이 표면화된 2010년 중반 이후부터 꾸준히 이어졌는데, 밴드를 조직해 공연을 펼치는 것 외에도 현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과 녹음을 기획하는 등, 우크라이나의 현실과 관련한 음악가로서의 실천적 활동은 상당 기간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번 앨범은 단순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대신, 자신의 고향인 오데사가 간직해온 지난 역사의 흔적을 음악으로 회상하며 뿌리 깊은 도시의 전통을 알리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 음악원에서의 추억을 담은 “Waltz of Odesa Conservatory”를 비롯해, 소비에트 붕괴 당시 빅토르 최의 공연을 회상하며 “Blood Type”을 이용하고 있는 “My First Rock Concert”에서처럼 바딤의 개인적인 기억을 반영하는가 하면, 제2차 대전 중 히틀러의 비호 아래 오데사에서 행해진 루마니아군의 유대인 학살을 다룬 “Odesa 1941”, “Intro to Jewish Dance”, “Jewish Dance” 등의 연작과 같이 역사적 사실을 상기시키는 내용에 이르기까지, 바딤은 다양한 경험과 소재를 다루고 있다. 물론 앨범에서 가장 핵심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흑해의 진주로 불리는 ‘전설적인 도시' 오데사의 웅장함과 강인함이다. 상징적인 도시의 풍경을 단순히 묘사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러 세대를 걸치며 역사와 전통을 공유해온 오데사 주민들의 고난과 투쟁을 담아내기라도 하듯, 바딤의 왼손과 오른손은 폭넓은 음역대를 오가며 짧고 강한 타건으로 격동적인 연주를 이어간다. 긴 서스테인을 통해 웅장함을 담아내는가 하면 날 선 표현에 담아낸 치열함도 엿볼 수 있으며, 무엇보다 민속적인 테마를 통해 도시와 조국의 정체성을 담아내려는 음악적 노력도 포함하고 있다. 근대 이후의 클래식적 전통을 복원하면서도 이를 임프로바이징의 공간으로 확장해 바딤 자신만의 레토릭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식은 인상적이다. 총 대신 피아노로 전쟁에 참전 중인 바딤의 이번 앨범과 관련 공연의 수익금은 우크라이나의 인도적 구호 활동에 기부한다.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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