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ann Loustalot Trio - Yéti (Pure Capture Publishing, 2022)
프랑스 트럼펫 연주자 겸 작곡가 Yoann Loustalot의 트리오 앨범.
1974년생인 요안은 유러피안 특유의 서정적 선율과 독특한 음색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으며, 음악 공동체를 지향하며 다양한 음악적 협업을 구상하는 Bruit Chic 레이블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그 다양한 분야에서의 세션과 리코딩에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데, 최근만 하더라도 Iggy Pop의 프랑스 투어를 비롯해 Aldo Romano, Michel Bénita, Daniel Humair, Aldo Romano 등의 정규 멤버 및 녹음에 참여하는 등 폭넓은 음악적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 요안은 여러 개인 작업을 선보이며 자신의 음악적 표현을 확장하기도 하는데, 비록 일회적인 단기 프로젝트로 끝나기는 했어도 다양한 뮤지션들과 함께 진행했던 Lucky Dog (2014), Old And New Songs (2018), Slow (2019), Sleeper Train (2021) 등의 인상적인 성과를 비롯해 Trio Loustalot Chesnel Paganotti, Aerophoe 등과 같은 무대 기획을 통해 음악적 표현의 다양성을 탐색하기도 한다. 이처럼 주로 쿼텟 혹은 트리오로 이루어진 요안의 공간적 모색은 전통적인 양식적 규범은 물론 다양한 방식의 편성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하며, 여러 사운드의 조합으로 완성할 수 있는 색다른 표현을 선보이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이번 Yéti Trio의 경우에도 기타 Giani Caserotto와 드럼 Stefano Lucchini로 이루어져 있어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을 듯하다. 트럼펫, 기타, 드럼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편성은, 요안 스스로 언급했던 것처럼 1990년대 Dave Douglas의 Tiny Bell Trio를 자신의 방식으로 복원한 것으로, 과거 사운드의 조합이 지닌 독특한 편성과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대신, 여기에 전자적인 효과와 현대적인 재구성을 통해 나름의 독창성을 담아내기 위한 흔적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예티 트리오의 가장 큰 독창성은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에서 찾을 수 있는데, 세 가지 악기가 이루는 전통적인 위상을 전위하여 마치 개별 층위의 레이어를 중첩한 듯한 구조적 접근을 선보이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앙상블과도 같은 공간 구성을 이루며 그 안에서 멜로디 라인의 자율성을 개방함으로써, 작곡의 상대적 우위를 전제로 하는 구조적 엄밀함을 강조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전달한다. 이를 통해 서로 대비를 이루는 사운드의 조합을 보다 정합적인 형태로 완성하며, 각 층위가 이루는 다양한 방식의 중첩을 통해 공간적 긴장을 연출하는 듯한 색다른 모습으로 전달된다. 때문에 구성원들 상호 간의 관계는 인터렉티브 하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그 조합 자체가 이루는 정교함으로 인해 무척 유기적이라는 인상을 주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이와 같은 공간 구성을 통해 요안의 관조적인 듯한 프레이즈는 보다 강한 호소력을 지니게 된다. 특히 일렉트로닉이나 전자적 효과를 통해 트리오라는 한정적인 표현과 공간을 확장하는 다양한 접근을 활용하기도 하는데, 트럼펫의 더블링, 리버브, 딜레이 등과 같은 이펙트는 물론이고, 퍼지 한 느낌에서부터 티니 한 스틸 사운드에 이르는 기타의 다양한 톤 튜닝은 물론 패팅과 같은 연출은, 해당 곡의 연출 의도에 부합하는 정교한 레이어를 완성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효과가 연주 그 자체를 압도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그 세밀한 활용은 에어리 한 공간감을 개방하고 애트모스페릭 한 개방감을 연출하여, 곡에 사색적인 분위기를 더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보여주는 유연한 공간 활용은 트리오의 음악적 다면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담아내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며, 곡이 지닌 미묘한 뉘앙스를 보다 구체적으로 완성하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극적인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개별 레이어에서 이루어지는 인과적인 연주들은, 섬세한 일렉트로닉과 그 효과에 의해 하나의 공간 속에서 강한 밀도로 응집되면서도, 그 개별적 특징들도 동시에 드러나고 있어, 트리오의 연주는 마치 정교한 앙상블을 마주하는 듯한 인상을 받게 한다.
무엇보다 예티 트리오가 연출하는 독특한 정서적 분위기는 매력적이다. 다분히 몽환적이면서도 명료한 라인들을 통해 현실과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안에 조금은 암울한 듯한 정서적 분위기를 애써 숨기지 않고 있다. 때문에 듣기에 따라 비장한 듯한 인상으로 전달되고 있지만, 그 표현이 지닌 서정미로 인해 음악 자체가 강한 호소력을 지닌다. 관조적인 분위기지만 그 시선에서 온화함을 경험할 수 있는 앨범이다.
20221120
related with Yoann Loustal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