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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rnold Kasar - My Favourite Colours (Neue Meister, 2023)

 

독일 피아니스트 겸 프로듀서 Arnold Kasar의 앨범.

 

2000년대 말부터 연주자 및 음향 엔지니어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아널드의 작업은 모던 클래시컬, 앰비언트, 일렉트로닉 등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는 각각의 작업과 곡을 통해 개별적인 특징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때로는 복합적인 양식으로 표출되며, 그의 폭넓은 음악적 표현을 완성하게 된다. 연주자이자 프로듀서로 다양한 작업과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음악적 흔적을 남겼고, 거장들과의 인상적인 협업을 통해 자신의 창의적 존재감을 알리기도 한다.

 

아널드가 보여준 다양한 표현과 폭넓은 활동이 이어질수록, 고유한 음악적 분위기를 지속하면서도, 자신의 음악적 언어를 더욱 섬세하게 가다듬는 모습을 보여준다. 화려한 기교나 복잡한 구성 대신, 표현을 명료하게 정의하고, 사운드와 음향적 공간에 대한 섬세한 조율을 통해, 감각이 아닌 감정에 도달하려는 듯한 내밀함을 지향하는 듯하다. 연주로 완성하는 라인은 선명해지고 구성 또한 명료해지면서, 차츰 자신만의 음악적 색을 더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와 같은 아널드의 음악적 색감은, 우울감을 담은 듯한 그만의 고유한 정서적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며 그만의 특징을 강조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이번 앨범의 타이틀은 아널드가 현재 지향하고 있는 음악적 분위기와 색감을 다룬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고, 실제 그 내용 또한 최근 가가 보여준 일련의 사색적 흐름을 더욱 정교하게 포착한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Neue Meister와의 계약을 계기로 선보인 일련의 작업에서, 간결해진 피아노 연주와 명료해진 사운드 큐레이팅 및 레이어링을 통해 공간의 이미지를 정교하게 채색하는 과정을, 다양한 접근을 통해 보여주고 있으며, 나름의 유형적 세분화를 통해 각 트랙의 특징을 부각하기도 한다. 때문에 하나의 통일된 언어와 표현에 기반한 작업이라기보다는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한 일련의 시도들을 총괄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앨범은 간결한 솔로 라인으로 이루어진 연주에서부터 주변 사운드와 효과를 더한 트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식을 포괄한다. 피아노 중심의 진행을 특징으로 하는 곡에서부터, 일렉트로닉을 활용한 곡을 포함하면서도, 전체적인 표현에서는 미니멀한 특성에 기반을 둔 플로우와 구성의 간결함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피아노는 연주 자체의 기교적 화려함보다는 사운드와 그 표현에 중점을 둔 소박함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일련의 정서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오른손 멜로디 중심의 진행을 보여주며, 왼손은 아르페지오나 코드 혹은 기본음만으로 이루어진 간결한 형식을 취한다. 때로는 피아노의 여러 라인을 중첩해 넓은 폭의 캔버스를 펼치거나, 리버브나 주변적 효과를 공간에 배열해 이미지너리 한 구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복합성보다는 여전히 간결함에 의존한 플로우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신서사이저의 시퀀싱과 사운드스케이프를 비롯해 주변적인 음향적 효과가 더해진 일렉트로닉 또한, 개별 소스가 지닌 고유한 캐릭터를 강조하며 입체적인 공간을 연출하지만, 화려함이나 경쾌함보다는 정서적 밀도를 중첩해 가며 고유한 분위기를 집약하는 흐름을 지속한다.

 

앨범이 담고 있는 다양한 색감에도 불구하고 아널드 정서적 분위기를 반영한 음악적 채도로 균일한 연속성을 담아내고 있다. 명료하고 간결한 표현을 특징으로 하고 있지만, 아널드가 만들고 있는 이미지는 풍부하면서도 입체적이고, 무엇보다 섬세하다. 아널드만의 고유한 음악적 색감을 담고 있는 앨범이다.

 

 

202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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