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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rnold Kasar - Palindrom (Neue Meister, 2022)

 

독일 피아니스트 겸 프로듀서 Arnold Kasar의 미니 앨범.

 

아널드는 대학에서 음향공학을 전공하고 2000년대 말 음악가로 데뷔했다. 개인 솔로 작업들도 선보이기도 했지만, Hans-Joachim Roedelius와 Friedrich Liechtenstein 등과 같은 전설적인 뮤지션들과의 협연을 통해 존재감을 알리기도 했으며, 다수의 TV 시리즈 및 영화에도 기고하는 등 다양한 음악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아널드의 솔로 작업은 주로 피아노를 중심으로 하는, 흔히 말하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경향적 특징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여기에 다양한 사운드 튜닝과 일렉트로닉을 결합해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데뷔 초기에는 화려한 연주 실력을 드러내며 전자 음향의 효과를 더하는 감각적인 다운 템포의 특징을 포함하고 있었다면, 차츰 그 형식을 정돈하여 미니멀한 양식의 연주에 섬세한 사운드스케이프를 레이어링 하는 정교한 연출법을 선보이게 된다. 이와 같은 최근의 변화를 집약하는 앨범이 Resonanz (2019)로, 피아노의 연주에 의해 구성되는 기본적인 공간과 그 주변을 둘러싼 다양한 음향의 관계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이번 미니 앨범은 마치 전작에서 선보였던 음악적 접근을 더욱더 단순화하고 있어, 마치 아널드 자신의 핵심만을 다루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EP에는 작년에 발표한 일련의 싱글들은 포함하고 있지는 않은데, 어쩌면 이번 미니 앨범만의 고유한 음악적 일관성을 담아내려는 의도가 아닐까 짐작하게 된다. 실제로 이번 EP에서 들려주는 피아노의 톤과 사운드는 물론 공간적인 배경에서 이전 작업들과는 다른 특징을 담고 있으며, 일렉트로닉이나 전자 음향과의 관계를 최소한으로 상대화한 듯한 위상 배열을 보여주기도 한다.

 

피아노의 연주가 전면에 드러나고 있지만 전체적인 멜로디는 무척 간결하며, 그 라인 또한 코드의 아르페지오를 중심으로 하는 전개이거나 루트 음에서 확장된 단순한 임프로바이징을 특징으로 한다. 이처럼 미니멀한 구성을 보여주면서도 하나의 단일 연주에 의해 완성된 곡과는 달리, 다층의 레이어의 개입을 이용해 보다 입체적인 이미지를 연출하는데, 기본 골격을 이루는 연주에서 사용된 것과 다른 피아노의 톤과 사운드를 중첩하여 복합적인 특성을 지닌 배음을 완성하는가 하면, 일부 곡에서는 일렉트로닉의 효과와 배경을 적극 활용하는 예도 존재한다. 피아노 단일 악기만을 활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곡에서도, 메커니컬 사운드는 물론 주변의 작은 소음까지 수음하여 마치 필드 리코딩을 활용한 듯한 효과를 만들기도 하는데, 여기에 리버브를 이용해 미묘한 공간적 배경을 연출하거나 미세한 음향 효과를 더해 디테일을 완성하는 등의 섬세함도 엿볼 수 있다.

 

간단하고 명료한 테마에 피아노를 중심으로 하는 단순한 구성을 활용하면서도 그 안에 수많은 디테일을 배열하고 있어, 들으면 들을수록 아널드의 섬세한 감수성을 경험하게 하는 앨범이다.

 

 

2022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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