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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almorhea - The Wind (Deutsche Grammophon, 2021)

미국 뮤지션 Rob Lowe와 Michael A. Muller의 프로젝트 Balmorhea의 앨범. 15년 넘어가는 발모라이의 활동을 되돌아보면 마치 끊임없이 자신의 캐릭터를 바꿔가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배우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지금까지 이들이 선보였던 장르적인 다양성은 물론 매번 그 음악의 성격에 따라 멤버 구성에 변화를 주는 등, 생각해보면 이들은 단 한순간도 고착된 형식으로 자신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포스트-록, 앰비언트, 미니멀 뮤직, 현대 작곡, 모던 클래시컬 등 여러 장르적 경향성을 포괄하면서도 이들이 진정으로 추구했던, 아니 자신의 음악적 근원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늘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고, 어쩌면 이번 앨범은 이에 대한 발모라이 스스로가 제시하는 해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로버트와 마이클 단 두 명의 핵심 원년 멤버를 중심으로 곡의 성격에 따라 게스트 뮤지션들의 피처링으로 녹음을 완성하고 있으며, 음악의 주제 또한 발모라이가 지금까지 선보였던 다양성을 추상화하여 그 본질적 핵심만을 남긴 듯하다. 물론 여기에는 Deutsche Grammophon의 레이블 성격에 맞춰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장르적 특성을 부각한 측면도 존재하겠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이들의 음악을 관통했던 코어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앨범은 근본으로의 회귀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음악적 연대기를 위한 시작과도 같다. 앨범이 녹음된 베를린 Funkhaus Saal 3는 Nils Frahm이 자신의 실내악적 탐구를 위해 마련한 공간으로, 이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발모라이의 연주는 기존과는 차별화된 음악적 텍스트를 제시하며 사운드 또한 그 새로움에 걸맞은 텍스쳐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당연히 언급될 인물이 Jonathan Low로 프로듀서에서부터 엔지니어링, 믹싱, 마스터링의 모든 과정을 총괄하고 있어 앨범의 완성도 또한 남다를 수밖에 없다. 뛰어난 회귀이며 완벽한 시작이다.

 

 

2021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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