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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almorhea - The Wind: Live in Marfa (Deutsche Grammophon, 2022)

 

미국 뮤지션 Rob Lowe와 Michael A. Muller의 듀오 프로젝트 Balmorhea의 라이브 앨범.

 

2000년대 중반, 첼로와 같은 고전적인 현악기를 포함하는 6인조 밴드로 출발한 발모라이는, 이후 소소한 멤버의 변화를 거치면서 현재에는 롭과 마이클을 중심으로 하는 프로젝트 듀오로 발전하게 된다. 듀오 프로젝트이지만 앨범 녹음이나 연주 활동에서는, 음악의 콘셉트에 따라 여러 주변 동료들이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편성에 따라 발모라이가 들려주는 연주 역시 미묘하게 달리지는 특징을 지니기도 한다. 앰비언트와 모던 클래시컬의 특징을 부각하는가 하면, 현대 작곡의 경향성 속에서 아메리카나 특유의 감성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기도 하며, 포스트-록의 취향을 반영한 연주를 포함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장르적 표현을 통합하는 듯한 독특한 다면성을 특징으로 하는 매력적인 음악을 선보이기도 했다.

 

Deutsche Grammophon과의 계약 이후 발매한 The Wind (2021)에서는 이와 같은 다면적 특징을 정제된 언어적 추상을 통해 모던 클래시컬의 경향적 특징에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레이블의 성격에 걸맞은 표현을 선보였는데, 이번 앨범은 해당 작업을 라이브로 재현한 녹음을 수록하고 있다. 전작에서는 비교적 균일한 장르적 표현에 입각한 연주가 주를 이루고 있었음에도, 이후 발매된 디럭스 버전을 통해 발모라이의 현재 작업이 내재하고 있는 다면성은 물론 나름의 확장적 표현을, 일련의 리믹스를 이용해 다시 한번 확인하기도 한다.

 

이번 라이브는 영화 제작자 겸 Amazon Music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Jared Hogan의 제안에 따라, 텍사스주, 마파의 현대 미술관 Chinati Foundation에서 진행되었으며, 해당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함께 공개되었다. 이번 앨범은 스튜디오에서 완성한 음악 작업을 어떤 방식으로 무대에서 재현하는가를 보여주고 있어, 라이브 그룹의 성격을 지니기도 하는 발모라이의 음악적 이면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롭다. 공연을 위해 롭은 피아노/기타/멜로트론을, 마이클은 기타를 연주하고 있으며, 그 외에 바이올린/보컬 Aisha Burns, 첼로 Clarice Jensen, 피콜로 트럼펫 Rob Mazurek 등이 참여해 연주를 완성한다. 곡의 선곡과 순서는 오리지널 앨범과 동일하여, 스튜디오 작업과 공연이 지닌 미묘한 차이를 직접 비교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공간의 특성을 반영한 리버브로, 소리만으로도 공간의 넓이를 짐작할 수 있도록 녹음이 이루어져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스튜디오 작업과는 다른 현장감을 경험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원곡이 지닌 오리지널리티에 비교적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데, 현장에서의 재현을 위한 새로운 편성과 이를 위한 사운드 위상의 재배열은 물론, 원본과 다른 기악적 구성을 위한 스케일의 변화 등을 포함해, 무대 상황에 적합한 나름의 재해석 등이 존재하여, 라이브만의 고유한 특징을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다. 때문에 원작이 실내악적 구성의 엄밀함을 중심으로 기존 발모라이의 핵심을 추상화한 듯한 인상을 준다면, 이번 라이브는 그로부터 조심스러운 확장적 발현을 모색한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여 흥미롭다. 개별 연주에서의 자율적 해석을 개방하거나, 일부 제한적인 즉흥적 표현을 수용하는 등, 라이브에서 허용 가능한 나름의 유연성을 담아내기도 하며, 원본의 피아노에서는 펠트 한 조율을 통해 일련의 정서적 반영을 의도했다면, 라이브의 경우 업라이트 고유의 사운드를 이용하는 대신 일정 부분 개인적 표현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듯한 모습 등, 현장의 제한적 상황을 새로운 접근을 활용하기 위한 모티브로 이용하는 순간들은 나름 인상적이다. 다만 일렉트로닉이 구성의 중심을 차지하는 곡에서는 비교적 원곡에 충실한 재현을 보여주고 있어, 개별 연주에서 보여주는 미묘한 차이는 현장의 특징을 수용한 것이라는 느낌도 들게 한다.

 

라이브는 원작에서 보여준 모던 클래시컬 한 경향적 특성을 보다 확장적인 표현의 유연성을 통해 재해석한 듯한 인상을 주는데, 이 과정에서 발모라이가 지닌 다면적 특징들이 자연발생적으로 복원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여 흥미롭기도 하다. 공간의 정교한 하모닉스보다는 전체적인 진행에서의 균형을 부각하는 모습이며, 현장의 자연스러운 사운드와 리버브가 전하는 분위기가 무척 포근하여, 마치 원작에 온기를 살짝 불어넣은 듯한 느낌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발모라이가 지닌 라이브 밴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어 반가운 앨범이다.

 

 

2022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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