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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almorhea - Pendant World (Deutsche Grammophon, 2023)

 

Rob Lowe와 Michael A. Muller가 주축이 된 미국 프로젝트 그룹 Balmorhea의 앨범.

 

2006년 결성한 발모라이는 다양한 장르적 특징을 자신들의 언어로 결속하고, 다면성 속에서도 감성적인 사운드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기악 중심의 편성 속에서도 늘 새로운 음악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으며, 개방적인 사운드를 통해 다양한 음악적 양식에 대한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앰비언트, 모던 클래시컬, 포크, 포스트-록 등의 다양한 특징은 발모라이의 언어 속에서 하나의 총체화된 표현으로 응축되며, 이와 같은 특징은 Deutsche Grammophon과의 계약 이후 보다 체계화된 양식으로 정의되는 듯하다.

 

레이블 데뷔작 The Wind (2021)는 미니 앙상블의 형식에 알맞은 음악적 접근을 선보이며, 지금까지 선보였던 다양한 양식을 추상화하여 발모라이의 핵심을 다루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앨범에서는 전작에도 참여했던 첼리스트 Clarice Jensen와 보컬 Lisa Morgenstern을 비롯해 The Wind: Live in Marfa (2022)에서 함께한 바이올린 연주자 Aisha Burns를 비롯해, 색소폰 Sam Gendel, Joseph Shabason, 플루트/클라리넷 Jonathan Sielaff, 퍼커션 Jason Treuting, 보컬 Steph Jenkins 등이 참여하고 있다. 물론 전작에서 프로듀서와 엔지니어로 참여한 Jonathan Low 또한 함께하면서 신디사이저와 퍼커션을 추가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전작에서 요약한 음악적 핵심을 기반을 보다 확장된 양식을 담아내기 위한 일련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기본적인 음악적 접근과 그 출발점은 유사하지만, 복합적인 기악적 편성을 통해 다양한 장르적 양식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기존의 다면성과는 다른 방식으로 드러나는 것이 인상적이다. 일련의 내재화된 양식의 일부가 구성 혹은 진행 속에서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여, 그 모든 과정은 독특한 음악적 일체감을 지니고 있다. 종합적인 방식으로 다면성을 다루는 것이 아닌, 전작을 통해 확인한 발보라이의 언어를 기반으로 장르적 확장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기존 작업과는 나름의 차별을 이루고 있으며, 이는 최근에 축적한 자신의 성과를 지속한다는 측면도 함께 보여주는 듯하다.

 

앨범은 구조화된 양식 안에서의 기악적 표현을 활성화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어, 전통적인 실내악적 작법과 유사한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개별 악기가 완성하는 라인의 성격에 따라, 그 의미가 자연스럽게 주변 장르와의 연관을 이루는 모습을 띠기도 한다. 피아노와 스트링의 조합이 이루는 고전적인 연주는 물론, 신서사이저의 공간적 확산 속에서 포크의 라인이 개입하는가 하면, 샘플링된 비트의 플로우가 기존의 진행과 대면을 이루며 미묘한 텐션을 연출하기도 한다. 때로는 재즈의 코드 진행을 활용해 발모라이 특유의 공간 속에서 새롭게 재현하는가 하면, 해당 장르의 프레이즈를 내면화하여 밴드의 양식 안에서 구조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평소 급진적이었던 Sam Gendel의 연주가 이토록 응집된 평온함을 유지하며 강한 상징성을 지닌 모습은 무척 낯설면서도 이색적이기까지 하다.

 

어쿠스틱 혹은 기악적 특징을 활용한 앰비언트와 실내악적 구성에 기반한 모던 클래시컬의 접점에서 수용 가능한 다양한 장르적 요소들을 접목하여 자신들의 음악적 정체성을 견고하게 완성한다는 점에서, 이번 작업에서 보여준 성과는 인상적이다. 레이블 안에서 확인한 자신들의 음악적 핵심을 요약하고 있으면서, 그 확장성을 동시에 사고한다는 점에서 발모라이의 현재성을 입증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202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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