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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Nightports - Minster (The Leaf Label, 2023)

 

영국 프로듀서 겸 뮤지션 Adam Martin과 Mark Slater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듀오 Nightports의 앨범.

 

2010년대 중반 데뷔 이후, NP는 지금까지 자신들만의 엄격한 규칙에 입각한 일련의 작업을 선보였다. 작업의 대상이 되는 해당 뮤지션이 제작한 사운드만 사용하는 대신, 해당 음원의 변형이나 가공 등의 모든 후작업을 통해 NP만의 음악을 완성한다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제한적인 원칙을 보여주고 있다.

 

NP는 지금까지 피아니스트 Matthew Bourne, Betamax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드러머 Maxwell Hallett, 베이시스트 Tom Herbert 등이 연주한 음원을 활용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각각 3장의 앨범을 선보이며, 자신들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을 공고하게 확립한다. 이와 같은 작업은 뮤지션들의 연주 녹음에만 국한하지 않고, 최근에는 ‘장소와 시간’에 주목한 색다른 시도를 선보인다. 3편의 짧은 단편으로 이루어진 미니 앨범 Wat Chedi Luang (2020)에서는 2018년 12월 22일 태국 치앙마이에 있는 14세기 사원에서 녹음한 다양한 필드 리코딩을 활용해 상실과 쇠락의 느낌을 웅장하고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이번 앨범은 NP의 장소와 관련한 프로젝트 중 첫 번째 풀-렝스 음반 작업이다. 이전 EP에서는 사원과 그 주변의 다양한 일상의 소리까지 포함하여 과거와 현재의 특징을 다뤘다면, 이번 앨범은 보다 집약적인 장소의 특징에 집중한 모습을 보여준다. 녹음은 영국 요크셔의 Hull Minster에서 이루어졌으며, 700년 역사를 지닌 교회당 전체를 다루는 대신, 종소리와 시계 메커니즘을 다양한 방식으로 녹음하고, 이를 음악 작업의 소스로 사용하고 있어 ‘장소와 시간’이라는 규칙의 엄격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 작업에서도 그러했듯이, 제한된 음원을 가공 및 처리하지만, 이는 사운드스케이프, 드론, 비트 등과 같은 요소로 가공되어 활용되고 있으며, 공간을 형상화하는 듯한 리버브와 다양한 텍스쳐들을 조합해 음악적인 배열을 완성하여, 장소를 음향화하고 그 소리를 공간화하는 추상과 구체의 창조적 순환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현실 장소에 대한 새로운 음악적 시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 과정에서는 소리 그 자체가 주요 대상일 수밖에 없지만, 그 원천인 장소성에 대한 사고의 개입은 필연적이며, 궁극에는 NP가 사고하는 헐 민스터의 이미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완성된다.

 

트랙은 묘사적 표현을 담은 음악은 물론 NP의 작업 과정을 암시하는 곡을 함께 포함하고 있으며, 해당 제목이 암시하는 표제적 특징을 반영하기도 한다. “Tolls”에서의 종소리는 은유나 상징적 표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울림에 충실한 재현을 보여주고 있으며, “Mechanica”의 경우 건물 내부 장치들의 움직임을 포함해 종소리가 울리기까지의 과정을 기계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Seek”나 “Move”와 같은 트랙에서는 음악가의 관점에서 무엇을 재현할 것인가에 대한 모색과 발걸음을 포착하는 듯한 모습을 담아내기도 한다. 관찰자의 시점과 행위자로서의 관점이 서로 공존은, 대상과 주체의 이분법을 반영하는 듯하면서도, 둘 사이의 경계를 명확히 하여 장소에 대한 시각을 다양화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대상과 작업자 사이의 거리 혹은 경계에 대한 사고를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다양한 접근의 가능성을 개방하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고, 지난 NP의 음악들을 살펴보더라도 종종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여기에 “Trinity”와 같이 장소가 지닌 역사성을 반영한 제목도 포함하고 있어, NP가 대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포착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과정은 세부적인 음악적인 표현의 디테일을 통해 반영되기도 하며, 각 트랙이 지닌 고유한 특징을 이루는 요소처럼 활용되기도 하여 나름의 표제적인 일체감을 형성한다. 앨범 전체의 흐름에서는 처음 성당을 대면했을 때의 인상에서부터 이어지는 일련의 음악적 내러티브를 구성한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필드 리코딩에 기반하고 있으면서도 그 표현에서는 일렉트로닉 특유의 감각을 담고 있으며, 장소가 지닌 공간적 특징을 함께 포착하는 음향적 디테일도 인상적이다. 장소성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이번 작업에는 Matt Barnard가 참여해 공간화 작업을 담당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바이노럴 사운드를 통해 깊고 섬세한 입체적 현장감을 담고 있어, 이와 같은 음향적 특징을 잘 재현하는 장비로 감상하면 보다 몰입감 있는 음악적 경험을 할 수 있다.

 

 

2023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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