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뮤지션 Adam Martin과 Mark Slater로 이루어진 듀오 프로젝트 Nightports와 베이스 연주자 Tom Herbert의 협업 앨범. 오직 뮤지션이 생성한 사운드만을 사용하는 대신, 음원을 어떻게 변형하고 프로세싱하여 재배열을 이루는가에 대해서는 무한한 상상력을 개방하는 NP의 음악적 원칙은 이번 앨범에서도 인상적인 성과를 완성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Matthew Bourne (2018)에서 체계화된 이와 같은 접근은 드러머 Betamax (2020)와 함께한 프로젝트에서도 창의적인 결과물로 이어진다. Polar Bear와 The Invisible의 베이시스트 출신이며, 세션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는 톰이 함께하고 있는 이번 세 번째 협업에서는 더블 베이스의 사운드를 녹음하고 이를 샘플링하여 예상을 넘어선 복합적인 구성의 음악을 완성하고 있다. 장비의 발전이나 이를 활용하는 기술의 진화는 오리지널 소스를 이용해 다양한 소리로 변형될 가능성을 열어놓게 되지만, 원하는 결괏값에 근접한 사운드를 얻기 위한 프로세스와, 곡의 구성과 진행을 위한 작업은 서로 밀접하면서도 확실히 구분되는 서도 다른 영역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사운드 큐레이팅이라는 용어로 그 경계를 조금은 더 포괄적으로 확장할 수는 있어도, 여전히 남는 문제는 NP와 베이시스트의 연관성을 어떻게 음악적으로 정의하느냐에 대한 질문인데, 이번 작업에서도 이에 대해서는 모호함을 통해 문제를 우회하는 듯한 느낌이다. 이와 같은 전략적 모호함은 둘 사이에 거리를 확정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표현의 가능성을 개방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다면적인 장르적 유연성을 지니게 된다. 이는 마치 톰이 지금까지 다양한 그룹과 세션을 통해 선보였던 여러 장르적 유형의 연주를 NP의 방식으로 복원하고 재현하여 베이시스트에게 헌정하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오리지널 소스와 변형된 사운드 사이의 긴장은 여전히 존재하며, 그 과정에서도 연주의 우위는 다양한 방식의 레이어링은 물론 더블 베이스 고유의 텍스쳐를 통해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포괄적으로 일렉트로-어쿠스틱의 경향적 특징을 분명히 하면서도, 라인과 공간적인 대위를 이루는 핵심은 베이스의 워크가 자리하고, 변형된 사운드가 플로우를 이끄는 순간에도 현악 고유의 텍스쳐는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NP는 제한된 규칙 속에서 무한한 표현의 확장을 시도하고, 이를 다시 그 대상에게 되돌려줌으로써, 나름의 방식으로 음악적인 신테시스를 완성한다. 어쩌면 가장 온전한 의미에서의 협업이 아닐까 싶다.
20220513
related with Nightports
- Nightports & Matthew Bourne - Nightports w/ Matthew Bourne (The Leaf Label, 2018)
- Nightports - Minster (The Leaf Label,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