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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tephan Micus - Winter's End (ECM, 2021)

독일 음악가이자 작곡가 Stephan Micus의 앨범. 1977년 이후 ECM 및 JAPO에서만 발표한 24번째 앨범으로, 40년 가까운 그의 음악 생활을 돌이켜 보면 이제 스테판 미쿠스라는 이름 그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뉴에이지라는 개념이 장르적 경향성 혹은 스타일을 지칭하는 용어로 그 의미가 퇴색된 이후에도, 스테판은 그 단어를 우회하면서도 6말7초 음악적 실천으로서의 초기 뉴에이지 운동이 지닌 본연의 내연을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도 스테판은 Chikulo, Nohkan, 12-string Guitar, Tongue Drums, Voice, Kalimba, Sinding, Charango, Ney, Sattar, Tibetan Cymbals, Suling 등 세계 각국의 악기들을 자신의 연주에 활용하면서, 마치 시간과 공간을 자신의 음악 속에 통합하려는 듯한 시도를 보여준다. 그의 음악이 아니었으면 결코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을 세계 각지의 악기들이 등장하며, 또한 이를 통해 그의 연주가 아니었으면 절대 한 자리에서 합을 이루지 못했을 합주를 완성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 특히 인상적인 점은 보컬을 이용한 합창인데, 비서구적인 스케일을 이용해 루트 음을 제공하지 않는 집단적인 폴리포닉한 하모니는 고대의 성가나 유목민의 노래는 물론 원시종교의 주술 등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그 어느 곳에도 귀속되지 않는 신비로움을 경험하게 한다. 이처럼 스테판은 세계 각국의 악기들과 음악적 표기를 활용하여 공감 가능한 언어적 표현을 완성함으로써 음악이 지닌 보편적 언어로서의 특징을 강조하고 있다. 소멸할 위기에 처한 아프리카 부족의 두드림, 중동과 동양의 바람, 서양과 남미의 현 등 다양한 소리가 만나게 하여 때로는 원시적이고 민속적이면서도 동시에 현대적이고 가장 보편적인 인간의 감각 내면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스테판의 음악은 마법과도 같은 힘을 발휘한다.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지만, 누구도 쉽게 실천할 수 없는 경이로움이 가득한 앨범이다.

 

2021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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