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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eiido - Places (ExoPAC, 2023)

komeda 2023. 10. 23. 20:32

 

덴마크 기타리스트 Anna Roemer와 색소폰 연주자 Cecilie Strange의 듀오 프로젝트 Kaleiido의 앨범.

 

서로 다른 장르적 기반을 두고 활동했던 두 명의 뮤지션이 이룬 공동 창작의 과정은 칼레이도라는 창의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제는 단순한 일회적인 회합이 아닌 독창적인 창작의 지속 가능성을 증명하는 수준에 도달한 듯하다. 이번 세 번째 정규 작업 또한 안나와 세실리에를 중심으로 여러 게스트 뮤지션들의 참여로 완성했는데, 이전 작업에도 참여한 보컬 Hannah Schneider를 비롯해 일렉트로닉/키보드 Jens Berents Christiansen, 트럼펫 Lars Vissing, 드럼 Rasmus Sitarz 등 주목할 만한 음악가들이 함께하고 있다. 인적 구성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번 작업에서도 재즈를 기반으로 하는 장르적인 다면성을 추구하고 있으며, 특히 태양계 행성을 모티브로 하는 이번 앨범의 특성을 반영해 일렉트로닉과 앰비언트적인 성격이 이전에 비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음악은 경외감과 신비감은 물론 두려움도 동시에 포착하고 있으며, 각각의 테마에 따라 서로 다른 균형점을 보여주며, 각 행성에 대한 자신들의 느낌을 담은 이미지를 구체화하고 있다. 마치 공백 속에서 저마다의 사운드가 부유하는 듯한 느낌으로 전해지기도 하는데, 이는 이번 앨범의 주용 모티브인 태양계 행성 및 우주라는 공간과 관련한 묘사적 성격을 반영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보이스 허밍을 통해 친숙함을 담아내는가 하면, 신서사이저를 이용해 우주적 신비를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와 같은 사운드의 조합이 지구와의 거리 혹은 인식적 친밀감을 반영하는 듯하여, 이번 칼레이도의 작업 또한 나름의 치밀한 음악적 구성을 통해 완성되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특유의 몽환적인 형상으로 최면적인 몰입을 이어가면서도, 세분화된 표현을 통해 각기 다른 모습으로 드러내며, 각 트랙마다 고유한 이미지를 완성하고 있다. 넓은 스테레오 이미지와 리버브를 통해 이번 앨범이 모티브로 하는 공간적 특징을 반영하고 있지만, 개별 사운드의 선명한 기악적 움직임을 명료하게 드러내고 있는데, 이는 칼레이도의 음악을 더욱 입체적인 동적 표현으로 완성한다.

 

곡의 진행은 입체적인 움직임을 자율적으로 표현하는 모습처럼 보이면서, 동시에 구성의 엄밀함을 기반으로 하는 일련의 한정을 통해 칼레이도 특유의 공간적 분위기를 더욱 구체화한다. 각기 다른 멜로디 라인이 중첩을 이루며 진행을 이어가는 과정은 마치 독립된 객체의 집합적 표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대위적 연관 속에서의 긴밀한 상호 간의 인과성을 유지하며 일체감 있는 음악적 통합을 실현하고 있다. 특히 개별 기악적 플로우의 선명함은 그 연관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하게 되는데, 앨범 전체를 통해 비교적 균일한 톤과 사운드로 상호 간의 균형과 조합을 다양하게 구현하며, 각각의 트랙이 지닌 고유의 테마를 명확히 보여주기도 한다. 신서사이저는 다양한 모듈레이션을 이용한 독특한 웨이브의 움직임을 통해 우주라는 공간을 묘사하는 주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지만, 이 또한 모노폴릭하면서도 비교적 균일한 사운드 특성에 기반을 둔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앨범 전체의 음향적 특징에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음악은 사물에 대한 고찰이 아닌, 대상에 대한 음악가들의 인식 혹은 상상을 반영하여 완성했지만, 그 표현은 묘사적인 방식으로 드러나며 저마다의 고유한 이미지를 매력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사고 혹은 인식을 형상화하는 과정이지만, 그 방식은 통상의 보편성은 물론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악적 견해까지 더하고 있다. 우주라는 모티브가 제공하는 신비감을 몽환적 최면으로 아름답게 풀어내면서도 자신들의 음악적 견해를 매혹적으로 담고 있는 앨범이다.

 

 

20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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