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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Cecilie Strange - Blikan (April, 2021)

덴마크 색소폰 연주자 Cecilie Strange의 앨범. 이번 녹음에는 전작 Blue (2020)에 참여했던 피아노 Peter Rosendal, 베이스 Thommy Andersson, 드럼 Jakob Høyer 등이 함께하고 있으며, 분위기나 내용에서도 상당히 유사하여 연작의 성격도 강하게 느껴진다. 쿼텟에서는 주로 안정적이고 차분한 연주를 통해 정서의 내면에 근접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비해, 최근에 발매된 기타리스트 Anna Roemer와의 듀오 Kaleiido의 앨범에서는 다분히 실험적인 표현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접근을 취하고 있어 상당히 대비적인 매력을 지닌 뮤지션이다. 세실리에의 쿼텟 연주는 비교적 느린 템포에서 사색적 공간을 넓게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도입의 순간에서부터 공간적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는 듯한 모습은 마치 각각의 뮤지션들이 사회적 거리를 둔 상태에서 공통의 주제를 중심으로 각자의 직관적 사유를 이어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와 같은 공간 운영 속에서도 네 개의 사운드가 균형점을 향해 절묘하게 수렴한다는 사실이다. 비교적 한적한 템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개별적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끊임없이 공유하는 인터랙티브 한 모습과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대화를 풀어가는 신중 하면서도 창의적인 태도는 분명 언급되어야 한다. 개인적인 능력과 더불어 온전한 팀 워크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표현의 영역이다. 때문에 이들의 음악은 상당히 유연하고 재즈 내의 다양한 장르적 표현에 대해서도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자신들의 언어로 훌륭하게 소화한다. 발라드의 나른한 분위기 속에서도 대칭적 프레이즈가 상호 교차하며 펼쳐지는가 하면, 프리 재즈 특유의 자율적 공간 내에서도 온화한 분위기의 웨스트 코스트가 진행되기도 한다. 이번 앨범 역시 전작과 같은 '블루'의 톤이 지배적이며 여기에 북유럽 특유의 잿빛 색조 또한 강하게 배어있다. 지나치게 우울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근거 없이 낙관적이지도 않아서 매력적인 앨범이다.

 

 

20210419

 

 

 

related with Cecilie Strange (as Kaleiido)

- Kaleiido - Elements (ExoPAC, 2022)
- Kaleiido - Places (ExoPAC,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