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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Kaleiido - Elements (ExoPAC, 2022)

덴마크 기타리스트 Anna Roemer와 색소폰 연주자 Cecilie Strange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그룹 Kaleiido의 앨범. 작년에 선보인 데뷔작 Voyage (2021)는 칼레이도의 음악적 전망을 집약하는 앨범으로, 여러 게스트 뮤지션들과 함께 공간을 공유하며 임프로바이징과 앰비언트를 융합한 독특한 세계관을 선보였다. 본인들은 이를 “시간, 공간, 장소를 넘나드는 음악적 비전”이라고 설명하는데, 비의적인 앰비언스 속에서 구성되는 즉흥의 여러 모티브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모습은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번 앨범 또한 전작과 비슷한 맥락에서 작업이 이루어졌으며, 그 연장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이번 앨범에서도 여러 뮤지션들의 피처링으로 리코딩을 완성하고 있는데, 드러머 Mikkel Hess, 베이시스트 Anders Christensen, 보컬 Hannah Schneider 등은 이번 녹음 외에도 이후에 이어지는 공연 일정에 함께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각 곡의 성격에 따라 트리오에서 퀸텟 등의 여러 형식을 취하며 녹음을 진행하여, 트랙마다 고유한 음악적 뉘앙스에 표현과 디테일을 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전작의 경우 ‘여행’이라는 테마를 7부로 구성하는 연속적 플로우를 보여줬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Sky”, “Terra”, “Ocean”, “Ember” 등과 같은 여러 소재를 연작으로 구성한 9개의 트랙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은 소재의 나열만으로도 이들이 지향하는 음악적 특징을 짐작할 수 있으며, 동시에 다양한 테마를 활용해 자신들의 음악적 표현을 다변화하려는 의지도 엿볼 수 있다. 이번 앨범에서도 공간의 섬세한 표현에 합을 맞추며 정교하게 진행되는 묘사적 분위기는 인상적이다. 일부 테마에서는 과거 ECM에서 선보였던 애소테릭 한 공간 표현이 연상되고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이미지의 완성에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테마는 물론 즉흥적인 모티브를 활용한 진행에서도 축약적이고 간결한 긴 호흡의 프레이즈를 이어감으로써, 테마가 지닌 고유한 의미를 조심스럽게 확장하는 진지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인터랙티브 한 상호 개입 또한 일정한 거리에서 조심스럽게 관망하는 듯한 모습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앙상블의 구성에서 개별 사운드 자체에 대한 의존성은 물론 그 비중 또한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연주 그 자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분에서 드러난다. 모든 공간을 채우기보다는 여백에 공간감을 연출하는 여음을 길게 배열하고, 컴프레싱 된 어쿠스틱에 개방감을 의도한 리버브를 더해 사운드의 밀도를 더하며, 일렉트로닉에 의해 구성된 세밀한 앰비언스와 그 배음을 통해 이미지너리 한 분위기를 완성하기도 한다. 전체 구성에서 보여주는 섬세한 레이어링은 다양한 즉흥적인 모티브와 균형을 이루는데, 이는 마치 구조화된 긴장의 연속적 배열, 혹은 연속적으로 배열된 구조화된 긴장처럼 느껴진다. 이 과정에서 완성되는 묘사적이면서도 사색적인 칼레이도만의 유니크함은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20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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