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

Rymden - Valleys & Mountains (Jazzland, 2023)

komeda 2023. 10. 8. 21:06

 

피아노 Bugge Wesseltoft, 베이스 Dan Berglund, 드럼 Magnus Öström 등 북유럽 뮤지션들로 이루어진 슈퍼 트리오 Rymden의 앨범.

 

구성원 모두가 재즈의 역사에서 강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자가 지닌 음악적 위상 또한 너무나도 비범하며, 이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트리오의 탄생이 예고되었을 때, 레임덴이 과연 어떤 폭발적 양식의 음악을 들려줄 것인가에 대한 기대를 갖기도 했다. 트리오의 첫 앨범 Reflections & Odysseys (2018)는 마치 기존 자신들의 음악적 혁신을 안정적인 언어와 체계 속에서 새롭게 정의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는데, 이는 어쩌면 강한 개성을 지닌 뮤지션들이 하나의 단일한 음악적 합의를 이루는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안정적인 공간 운영을 바탕으로 하는 음악적 재현임에도, 기존 전통적인 양식의 트리오와는 분명한 차별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들만의 유니크함을 선명하게 부각하게 된다. 단과 마구누스에게는 기존 EST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새로운 창의를 위한 공간을 이룬다는 의미가 존재할 수도 있을 듯싶다. 기타리스트 John Scofield가 전곡에 참여하고 있는 이번 녹음 또한 레임덴의 음악적 캐릭터를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다.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자기 개성과 주장이 강한 뮤지션들로 이루어진 조합임에도, 이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온전한 의미에서의 집합적 총체성을 실현하는 듯한, 하나의 단일한 색감에 완벽히 수렴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동의 작곡을 바탕으로 곡이 의도하는 바를 명확히 하고 있으며, 그 진행에서 보여주는 정합적인 조합은 음악적 합의를 우위에 두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각자의 캐릭터는 이와 같은 집합적 합의에 수렴하며, 그 과정 또한 절제된 표현을 바탕으로 하는 정교함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얼핏 들으면 무척 경직된 양식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지만, 이와는 전혀 반대로 이들의 연주는 매우 탄력적이고 풍부한 생기마저 느끼게 해주고 있어, 정상급 기량의 팀-워크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집합적 합의에 기반한 의도에 충실한 각 공간의 기악적 능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그만큼 각자의 섬세한 연주가 어떤 상호 작용을 통해 성공적인 음악적 재현에 이르는가에 대한 실천적인 예시를 훌륭하게 제시하고 있다.

 

여유로운 템포와 각자의 기악적 섬세함으로 인해 서로에 대해 취해진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순간도 존재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공백이 존재하지 않는 듯한 강한 밀도감을 보여주고 있다. 밀도와 여유가 공존하는 이들의 공간은, 레임덴 트리오를 정의하는 새로운 방식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될 만큼, 이번 앨범에서는 이를 마치 자신들의 고유한 특징처럼 다루고 있으며, 이는 기존 작업의 일부에서 보여준 열정과 온기를 나름의 방식으로 재구성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작업의 게스트로 전곡에 참여한 존의 기타 역시도 이들과 같은 태도와 입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전 다른 뮤지션이나 밴드와의 협업을 다룬 작업 속에서는 상대의 공간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보여주며, 그 특징을 트리오와의 관계 속에서 정의하는 방식을 보여준다는 인상을 준 반면, 이번 작업의 경우 스코필드 성을 가진 다른 누구도 아닌 존 자신이 레임덴의 정합적인 재현 속에서 충실한 기능적 재현을 보여주며, 마치 트리오의 네 번째 멤버와 같은 태도를 취한다는 점은 신선하면서도 흥미롭다.

 

이번 앨범은 이전 작업들에 비해 조금은 더 내밀한 테마를 다루는 듯하면서도, 구성원들 사이에 존재하는 강한 밀도감을 온전히 보여주고 있으며, 절제된 표현 속에서도 섬세한 기악적 표현을 구현하며 안정적인 팀-워크를 완성하고 있다. 이미 정상급에 있는 트리오이기 때문에 이런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잘 알지만, 레임덴의 음악 또한 진화를 통해 스스로를 견고하게 만든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앨범이다.

 

 

20231008

 

 

 

related with Bugge Wesseltoft

 

related with Dan Berglund (as Tonbruk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