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트럼펫 연주자 조슈아 트리니다드의 신보. 조슈아의 통산 일곱 번째 음반으로 알려진 이번 녹음에서는 Jacob Young (g)과 Stale Liavik Solberg (ds)가 참여하고 있어 예전과는 다른 질감의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미국 출신이긴 하지만 그동안 조슈아는 질주하듯 몰아치는 빠른 속도의 화려한 아메리칸 스타일의 연주와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전자 음향이 만들어내는 앰비언스를 배경으로 프레이즈와 호흡 사이의 간격을 여유 있게 가져감으로써 정적이고 사색적인 모멘텀을 이어가는 스타일을 선보였다. 때문에 다분히 유러피언, 특히 북유럽 트럼펫 연주자들의 모습이 조슈아에게서 종종 오마주 되곤 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노르웨이언 뮤지션들과 트리오 포맷으로 자신의 음악적 지향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셈이다. 우선 앨범에 대한 첫인상에서 북유럽적인 스타일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평소 조슈아가 선보였던 사색적인 프레이즈나 소리의 공간에 여백을 두고 잔향으로 채우는 등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에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북유럽 스타일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다만 연주의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에서는 서로 일정한 거리를 취하면서 상대에 대해 의도적으로 시크한 태도를 보이는 듯한 모습처럼 비친다. 이는 결과적으로 기타와 드럼 위에 트럼펫 혼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만들고 때로는 하모니의 유기성이 헐거운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는 개별 공간의 자율성이 단순한 개별성으로 드러난 모습처럼 보이며, 이러한 느낌은 앨범 전체에서 가장 격정적인 순간을 기록한 “Bedside”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개별 공간에서 마치 각개전투를 벌이는 듯한 독자적인 프레이즈들은 최소한의 규칙성 속에서 진행되는 단순한 대칭적 조합처럼 나타난다. 어쩌면 스타일이나 형식적 외형에 대한 집착이, 이와 같은 유형의 음악에서 요구되는 구성 공간 상호 간의 유기성이나 내밀함을 상대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런데도 자신의 음악적 신념을 구체화하기 위한 조슈아의 노력에 나름의 의미를 찾아본다.


20180417


키보드 연주자 제이미 사프트, 베이스 주자 스티브 스왈로우, 드러머 바비 프리바이트 트리오의 두 번째 앨범. 이번 신보에는 특별히 보컬리스트 Iggy Pop이 게스트로 참여하고 있다. 사프트와 프리바이트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Beta Popes나 Swami LatePlate와 같은 그룹 활동을 통해 함께 호흡을 맞춰왔다. Beta Popes 트리오의 경우 메탈에 기반한 프리 임프로바이징을 선보였고, Swami LatePlate 듀엣은 둠 재즈 스타일의 독특한 음악으로 주목을 끌었다. 때문에 이들 둘이 스왈로우와 함께 트리오를 결성했을 때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들고 나올지 궁금했던 기억이 있다. 이들의 첫 앨범 The New Standard (2014)는 트리오라는 고전적인 포멧으로 재즈의 전통적인 언어에 기초해 자신들의 오리지널 원곡을 새로운 스탠다드라는 타이틀로 발표하는 의외성을 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이번 신보 역시 전작의 기본적인 스타일과 분위기는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다. 무게감이 강조된 육중한 사운드, 음악적 합의를 전제로 한 개인 기량의 자유로운 표출, 재즈의 기본 문법에 기초하면서도 그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표현 등이 이번 앨범에서도 귀를 사로잡는다. 두 장의 앨범을 나란히 놓고 보면 샤프트와 프리바이트가 스왈로우를 일렉트릭 베이스로 영입한 것은 탁월한 결정이 아니었나 싶다. 기존 자신들의 음악과 호흡을 할 수 있으면서도 새로운 스탠다드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재능과 경력을 갖춘 베이스 연주자로 스왈로우는 대체불가능한 존재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Don't Lose Yourself", "Loneliness Road", "Everyday" 등 일부 곡이지만 이기 팝이 부른 재즈 넘버들은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이다. 도회적이면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트리오 연주곡들 사이에 냉소적이고 관조적인 이기 팝의 보컬을 듣는 순간 전작과는 다른 이번 신보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구구절절 설명도 필요 없고 커버에 적힌 뮤지션들의 이름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앨범이다.

 

2017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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