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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ki Rissanen - Divided Horizon (Edition, 2021)

핀란드 재즈 피아니스트 Aki Rissanen의 앨범. 지금까지 주로 트리오를 비롯해 동료들과의 협업 공간에서 음악적 창의를 펼쳤다면 이번 앨범은 Sturm (2015)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솔로 녹음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번 녹음 역시 피아노라는 솔로 공간을 활용한 연주 외에도 일렉트로닉을 이용한 음악적 구성은 물론 현악의 질감을 재현하는 독특한 건반 악기인 옴니베르크(Omniwerk)를 선보임으로써 전작에서 보여준 표현의 다양성을 새롭게 드러내고 있다. 라이브적인 요소보다 스튜디오에서 연출할 수 있는 음악적 가능성을 다양하게 선보이는데, 이는 단순히 표현의 영역에 국한된 것이라기보다 아키가 가진 다면적인 장르적 경향성을 자신의 방식에 따라 표출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어 무척 흥미롭다. 고전주의적인 엄밀한 양식이 재즈의 즉흥적 표출을 통해 아키만의 독특한 음악적 언어로 재현되는 과정은 그랜드를 이용한 솔로 공간에서 더 세밀하고 극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임프로바이징의 계기 속에서 표현을 확장하여 그 안에 고전적인 스케일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이를 다시 추상화한 펜타토닉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은 풍부한 상상력으로 가득 찼을 뿐만 아니라 웅장한 강의 흐름과도 같은 유연함과 다이내믹을 느끼게 한다. 전자악기를 이용한 오버 더빙의 경우 본격적인 모던 클래시컬이나 일렉트로어쿠스틱과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즉흥의 공간에 독특한 레이어링을 구성하며 그랜드가 표현하는 공간을 보다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역할을 한다.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확실히 옴니베르크를 활용한 대목이다. "Omniwerk Interlude"와 같이 오직 이 악기만을 이용한 연주에서는 현악과 하프시코드의 사운드를 동시에 표현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하나의 음에서 두 개의 소리를 동시에 나타내는 폴리포닉은 아닐지라도 마치 두 개의 악기를 동시에 연주하는 듯한 레이어링이 가능해 이를 이용한 새로운 창의적 작업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게 해 준다. 물론 이 악기는 기존 그랜드와의 오버더빙을 통해 연주에 더욱 풍부한 텍스쳐를 제공하기도 하고 아키가 지닌 다면적 표출을 정교하게 해주고 있어, 이와 관련한 이후의 작업을 기대하게 된다. 솔로라는 단편적인 공간을 입체적이고 풍부하게 구성한 흥미로운 앨범이다.

 

 

2021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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