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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ndrew Heath - Fold (Dronarivm, 2023)

 

영국 사운드스케이프 아티스트 겸 작곡가 Andrew Heath의 앨범.

 

앤드류의 음악은 필드리코딩, 기악 연주, 일렉트로닉 등을 조합하여 독특한 음악적 분위기를 형상화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스스로를 앰비언트나 전자 음악가로 칭하는 대신 사운드스케이프 디자이너 혹은 아티스트로 소개하고 있다. 이는 자신의 음악이 지닌 공간적 이미지 혹은 형상 그 자체에 주목하는 의미도 포함하겠지만, 장르적으로 정의되는 일련의 양식으로부터 자율성을 지닌 흐름을 포착한다는 접근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구조와 형식보다는 미니멀한 공간 안에, 엄선한 사운드와 요소를 통해 의미와 시선을 담아내고, 그 변화를 관찰하는 듯한 독특한 흐름을 생각한다면, 스스로의 음악에 대한 정의는 설득력을 지닌다.

 

앤드류는 주변 동료들과의 협업을 통해 매력적인 시선을 제공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개인작업에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풍부한 창의성을 지닌 다작의 작가이기도 하지만, 각각의 작업마다 고유한 특징을 담아내고 있다. 이번 앨범 또한 피아노, 기타, 전자 음향, 필드리코딩 등을 조합한 앤드류 특유의 미니멀한 양식을 보여주고 있으면서, 느린 걸음으로 부유하는 듯한 시선을 담은 고유함을 완성하고 있다. 이번 앨범 마지막 트랙에는 타이틀 곡 앰비언트 뮤지션 “Flod”에 대한 Innesti의 리믹스 버전도 수록하고 있다.

 

앨범은 사운드가 부유하며 마주하는 주변의 다양한 환경에 대한 묘사와 더불어 스스로 남기는 흔적까지 담아내는 듯한 섬세함을 지니고 있다. 일상 주변의 작은 소리를 활용한 필드리코딩을 통해 마치 우연적 조우와도 같은 현실을 포착하며, 메인 라인의 플로우에 따라 흩뿌리듯 남겨진 노이즈와 텍스쳐를 이용해 그 흔적을 그려내는 듯한 흐름을 담아낸다. 각각의 요소들은 서로를 끌어당기는 인과적인 연관이 희미하여, 마치 다양한 실체들이 우연히 마주하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사운드 콜라주와 같은 개별적 조합을 보이는 것은 전혀 아니고, 서로를 대상화하거나 밀치지 않으며, 처음부터 모든 소리들이 그 공간에 존재하고 있던 것 같은 자연스러움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그 안에서 서로의 대면을 통해 만들어 내는 다양한 효과는, 때로는 흔적처럼 비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불협을 동반한 긴장처럼 표현되기도 하지만, 이 모든 우연적인 대면과 충돌이 일련의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이어진다는 점이 앤드류의 앨범이 담아내고 있는 매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천둥, 새 울음, 장작 타는 소리 등이 지닌 묘사적인 표현은 기타, 피아노, 신서사이저 등을 이용해 연출한 사운드의 흐름과 대비를 이룬다기보다는, 오히려 이 모든 요소들이 마치 처음부터 그 공간 속에 존재했던 것처럼 담아내고 있다.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조화는 물론, 가끔은 불편하게 서로를 대면하는 방식조차, 마치 있는 그대로를 표현한 듯하여 자연스럽다는 느낌으로 전해진다.

 

이와 같은 다양한 요소들, 특히 필드리코딩의 조합으로 완성한 공간은 시각적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묘사의 구체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플로우는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와도 같은 내러티브를 완성하기도 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부유하는 듯한 각종 악기나 패드 사운드는 정서적 평온 혹은 긴장을 포착하는 듯하여, 음악은 이미지너리한 연속성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 전개는 마치 어느 특정한 순간을 포착하고 그 흐름을 담아낸 듯한 모습처럼 보이며, 일련의 완성된 형식을 따르지는 않지만, 그 순간을 이루는 여러 요소의 조합은 엄밀한 큐레이팅을 통해 완성하고 있어, 나름의 구조적 특징을 보여주기도 한다. 묘사와 표현은 이와 같은 구성 요소 각각의 흐름을 통해 구체화하며, 이렇게 완성한 음악적 이미지는 마치 일상을 관조적으로 바라본 시선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 속에서의 고립적 정서도 함께 품고 있어, 앨범만의 고유한 분위기와 특징을 완성한다.

 

느린 호흡 속에서 부유하듯 흘러가는 이번 앨범에서의 음악적 시선은, 끊임없이 주변의 변화를 포착하면서도, 자신에 대해서조차 일정한 거리를 두며 일상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며 배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각 트랙이 상징하는 정서적 분위기와도 닿아 있어 표제적인 인상을 주고 있고, 그 표현이 간결하여 나름의 직관성을 지니는 것도 매력이다.

 

 

202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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